세르비아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 시절 원전 2기를 세우려 했지만 이내 계획을 철회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에서 터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계기가 됐다. 인접국인 유고슬라비아는 모든 원전 건설을 잠정 중단한다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세르비아는 유고슬라비아 해체 후에도 원전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체르노빌 악몽’을 가까이서 겪은 세르비아가 최근 원전 건설에 재시동을 걸었다. 탄소중립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가운데 에너지 대란까지 유럽을 휩쓸자 친환경성과 안정성을 모두 갖춘 원전을 재조명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원자력혁신연구 및 자문위원회의 커스티 고건 위원은 “원전이 기후변화 대응 운동의 주류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전에는 자체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원전 선택지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 법률상 국가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내로 제한된다는 점을 언급하며 “원전 건설 자금 조달 등 다양한 문제와 관련해 로사톰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르비아의 전력 발생원 구성비(에너지 믹스)는 석탄 약 70%, 수력 30%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거의 없다. 개발도상국인 세르비아는 투자 및 발전 비용이 막대한 신재생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원전을 택한 것이다.
이랬던 그가 최근 “미래를 내다본다면 원전을 짓는다는 인기 없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도자의 역할은 인기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채굴자를 외국으로 내쫓으면서 카자흐스탄의 전력 소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유라시아넷에 따르면 올초부터 카자흐스탄의 전력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해 예년 평균 증가율 2%를 크게 웃돌았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탈원전을 하겠다는 2017년 취임 당시 약속을 전면 폐기했다. 원전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란 목표에서다. 정용훈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원전 없이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며 “수력발전 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어 한국의 자연환경 등에 맞는 에너지 믹스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