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11월 5일)된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국민의힘 아귀다툼은 실망 그 자체다. 전권을 달라는 김 전 위원장과 윤 후보 측이 맞서면서 자중지란에 빠졌다. ‘문고리 3인방’이란 퇴행적 용어와 ‘자리 사냥꾼’ ‘하이에나’ 등 서로를 총질하면서 내뱉은 저질 언사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정치 리더십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 경선주자 간 ‘원팀’은 물 건너간 분위기고, 싸움에 영일이 없느라 선대위 구성도 아직 미완성이다.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비워둔 채 선대위 깃발은 올렸지만, 그 면면을 보면 참신함을 찾아볼 수도 없다. 분야별 본부장 자리를 정치인들이 꿰차면서 ‘그 나물에 그 밥’ 소리가 나온다. 오죽하면 당의 젊은 대변인·부대변인들이 “신선한 엔진이 꺼져 가는 느낌” “선거는 다 이긴 듯한 모습이고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겠는가. 그러다 보니 윤 후보는 최근에야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는데, 유권자들은 아직 그의 공약과 비전 윤곽조차 알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주 전부터 주말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전국을 훑으면서 정책 구상을 쏟아내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유권자들이 윤 후보에 지지를 보내는 것은 국민의힘과 후보가 잘해서라기보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탓이 더 크다. 국민의힘이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50%가 넘는 정권심판 여론에 취해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전국단위 선거에서 내리 4연패한 수모를 잊고 구태를 지속한다면 민심은 금방 돌아설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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