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 생명과학Ⅱ에 이의를 제기한 일부 수험생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소송인단 모집을 마쳤다. 김 변호사는 “수능 정답 결정 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이번주 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을 전원 정답 처리해 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명백한 출제 오류”라며 “해당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지난 29일 홈페이지에 접수된 2022학년도 수능 문제·정답 이의신청을 심사한 결과 76개 문제에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특히 많은 이의가 제기된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도 당초 발표한 5번이 정답이라고 결론 냈다. 평가원 측은 “이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을 준거로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의 타당성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동물 종 P의 두 집단이 가진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멘델 집단을 가려내는 문제다. 종로학원 등에서는 “주어진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 오류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일부 수험생은 “EBS 교재인 ‘수능완성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에서도 일부 유전자형 개체 수가 음수인 문제가 있어 EBS 측에서 이를 수정한 적이 있다”며 문제 오류를 주장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사교육 강사의 현장 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EBS 연계 교재인 수능특강과 수능완성만 10번 넘게 풀고 오답을 정리했다”며 “EBS에서 인정한 오류를 평가원에서 인정하지 않으니 EBS 교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낮아졌고, 공교육을 믿은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다”고 토로했다.
수능 문제에 대한 수험생들의 단체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영역 8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은 이듬해 소송까지 간 끝에 모두 정답 처리됐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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