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또다른 암초…생산인구, 2차대전 수준까지 줄었다 [정영효의 일본경제 분석]

입력 2021-12-01 15:21   수정 2021-12-01 15:28



일본의 16~64세 생산인구 비중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가 30년째 정체상태인 일본 경제의 또다른 골치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총무성은 2020년 국세조사 결과 생산연령인구가 7509만명으로 5년전 조사보다 227만명 줄었다고 1일 발표했다. 생산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5년(8716만명)보다 13.9% 줄었다. 1975년의 7581만명을 밑돌았다.
◆15세 미만 인구, 세계 최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5%로 1950년 이후 70년 만에 60%선이 무너졌다.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58.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45년 일본의 생산인구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원인이 전쟁이었다면 2020년은 저출산·고령화였다.

5년 전 조사보다 15세 미만 인구는 1503만명으로 5.8% 줄었고, 65세 이상 인구는 3603만명으로 6.6% 늘었다. 15세 미만 인구는 역대 최저, 65세 이상 인구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을 나타내는 고령화율도 28.6%로 5년 만에 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15세 미만 인구 비율이 11.9%로 세계 최저였다. 한국(12.5%)과 이탈리아(13.0%)보다 낮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28.6%)은 이탈리아(23.3%), 독일(21.7%)을 넘어 세계 최고 였다.

전체 인구는 1억2614만6099명으로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감소했다. 171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82.5%에서 인구가 줄었다. 47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곳은 도쿄와 가나가와, 사이타마 등 8곳에 불과했다.

올해는 출생아 숫자가 처음으로 80만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인구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50년 생산인구 비중이 48%까지 줄어들고 2054년 전체 인구가 1억명을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는 일본 경제를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올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로 두 분기만에 역성장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37조엔(약 5578조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558조엔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GDP는 30년째 500조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동의 경제성장 기여도 '0'

201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고령자와 여성의 취업을 늘려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6676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6%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인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을 늘리는 전략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 내각부는 2010~2020년 취업자수와 노동시간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효과가 '제로(0)'였던 것으로 추산했다. 1980년대는 노동 분야가 연평균 0.7%씩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일본 경제가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지난해 2020년 일본인 근로자 1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는 48.1달러(약 5만6676원)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꼴찌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0%)보다도 5달러 이상 낮았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개혁과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기술 활용, 규제완화,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인력 전환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세조사는 인구와 취업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총무성이 5년마다 한 번씩 실시한다. 조사원 방문이나 우편으로 인구를 직접 파악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조사로 인정받는다. 일본 정부는 주민표를 기준으로 총무성이 매년 집계하는 인구동태조사와 후생노동성이 출생아 숫자에서 사망자 숫자를 빼서 매월 집계하는 인구동태총계를 통해서도 인구를 파악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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