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예·적금 금리 올린다는데…왜 내 것만 그대로죠?"

입력 2021-12-02 07:42   수정 2021-12-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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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뒤 시중은행이 줄줄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최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최대 0.4%포인트까지 예·적금 금리를 올린 상태다. 그러나 저축은행업계는 예·적금 금리 인상 조치에 주저하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수신 자금 확보 필요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연 2.34%로 집계됐다. 2년 만기와 3년 만기는 각각 연 2.36%와 연 2.38%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26%였단 점을 감안하면 0.08%포인트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인 0.25%포인트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오히려 저축은행 평균 정기적금 금리(1년 만기)는 같은 기간 연 2.44%에서 연 2.41%로 0.03%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안에 추가로 예·적금 금리가 인상될 여지도 희박하다. SBI·OK·웰컴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이 연내 예·적금 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다. 현재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평균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연 2.40%, OK저축은행은 연 2.45%를 유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 연 2.30%에 머물고 있다. 이들 모두 지난달 25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리 조정 조치는 없었다.

저축은행업계가 예·적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된 영향이 크다. 현재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 21.1%를 지키도록 규제받고 있는데, 대다수의 저축은행이 한계치에 도달한 상태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가계대출을 죄면서,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서다. 현재 총자산 3조원 이상인 대형저축은행 7개사와 은행계열저축은행 7개사 중 웰컴·애큐온·신한·KB·NH·BNK저축은행은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사실상 더 이상의 대출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신 자금을 끌어들일 요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국의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완화 정책이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당국은 저축은행 예대율 100% 기준에서 10%포인트 이내로 위반하는 것에 대한 제재를 면하는 정책을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한 바 있다. 각각의 저축은행이 보유 중인 예수금을 초과하는 대출을 취급했더라도, 당장 예수금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대출을 위한 자금 조달 대부분을 예·적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다수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이 정한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에 도달한 상태"라면서 "결국 당국의 여신 규모 제한의 연쇄작용으로 저축은행들이 수신 규모를 억제하는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업계가 예·적금 금리 인상 조치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양상은 내년 1분기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최근 금감원은 내년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10.8∼14.8% 수준에 맞출 것을 요청한 상태다. 최저 기준만 보자면 올해 증가율 목표치의 반 토막 수준이다. 단, 시중은행에서 내년 초 추가로 예·적금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릴 경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저축은행도 예·적금 금리 소폭 인상에 나설 여지는 있다.

또 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내년 더욱 강화된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선다고 선언한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예·적금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긴 어려울 것이다. 여신 규모가 쪼그라든 상태서 수신 규모를 키울 경우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은 내년 초 시중은행의 금리 동향을 보며 금리 수준을 결정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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