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곡 한잔'은 귀로 탐닉하는 예술을 담아냅니다. 마스크를 벗기 망설여지는 시간 속에서 커피 한잔처럼 여유를 주고, 소주 한잔 같이 위로가 되어주는 명곡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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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뉴욕타임즈에선 흥미로운 음악 기사가 실렸습니다. 5분만 들어도 홀딱 반할 음악들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미국 유명작가인 대릴 핑크니는 11분 길이의 곡을 소개합니다. 바로 구스타프 말러가 쓴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입니다.
곡에선 서정적인 현악기 선율이 거센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굳세면서도 처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위로하는 곡으로 유명합니다. 1968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한 뒤 열린 장례식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이 뉴욕필하모닉을 이끌고 아다지에토를 연주했습니다. 독일 지휘자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도 2005년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기리며 필라델피아필하모닉과 연주했습니다.
말러가 원래 추모곡으로 쓴 건 아닙니다. 오히려 애정이 듬뿍 담긴 악장입니다. 말러는 1901년 장출혈을 앓았습니다. 1년을 요양하며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얼마 후 19세 연하인 알마 쉰들러와 사랑에 빠집니다. 이듬해 알마와 결혼하고서 쓴 곡이 교향곡 5번입니다. 악보에 적힌 지시문에서도 애정이 엿보입니다. '표현력있게', '영혼을 담아', '진심 어린 감정으로' 등이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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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 5번의 다섯 악장 중에서 한 악장이 유독 인기를 끈 이유는 뭐였을까요. 1971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제작한 '베니스에서의 죽음'이 한 몫합니다. 퇴폐적인 분위기와 탐미적인 영상미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줄거리가 도발적입니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작곡가 구스타프 아센바흐는 요양을 위해 방문한 베니스에서 미소년 타지오를 보고 첫 눈에 반합니다. 금기된 사랑과 죄의식 그리고 연정에 사로잡힌 구스타프는 방황합니다. 혼란에 빠진 그는 결국 사망합니다. 죽음의 문턱에 놓인 그를 비출 때 아다지에토가 흘러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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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아다지에토 연주를 실제로 들어볼 순 없었습니다. 연주하려면 현악기 연주자를 최소 20명 이상 동원해야 하는 대규모 교향곡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무대 위에서도 거리를 둬야하는 지금 상황에 적합한 곡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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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을 편곡된 음악으로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거장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2018년에 음반 '아다지에토'를 내며 이 곡을 첼로로 편곡했습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도 지난해 데뷔 10주년 기념음반에서 기타로 바꿔 연주했습니다. 2016년 팬텀싱어의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는 2집 '클라시카'를 내며 아다지에토에 노랫말을 붙여 '신기루'란 곡을 냈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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