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옥스온크는 미국의 대형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관인 오비메드로부터 임상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받았다. 그 비용으로 아시아 4개국 임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서 결과 데이터를 원개발사에 제공했다. 이는 4개국 출시로 이어졌다. 이 치료제는 현재 국내에서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당시 옥스온크의 임상개발 총괄로 이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이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사진)다. 문 대표는 2일 “옥스온크 모델은 메디라마가 추구하는 신약 개발 모델”이라고 말했다. 메디라마는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문 대표와 글로벌 제약사 출신인 주상은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춘엽 최고경영책임자(CEO) 등이 의기투합해 지난 9월 설립됐다.
문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임상 데이터”라며 “고도의 전략과 운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임상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야 신약 하나 개발하는 데 20명 이상의 전담 인력이 달라붙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웬만큼 크다는 바이오벤처에도 임상 전문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문 대표는 “신약 개발 회사가 반드시 독자적으로 임상을 할 필요는 없다”며 “외부와 협력해 진행할 수 있고, 그 역할을 메디라마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임상대행업체(CRO)와는 뭐가 다를까. 문 대표는 “CRO를 통해 임상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며 CRO와 비교 자체를 거부했다. 그는 “메디라마는 바이오벤처가 임상 단계에 이르렀을 때, 비임상 데이터를 검토 및 분석해 임상 신청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유망 후보물질만 가지고 있을 뿐 임상 경험이 없는 바이오텍이 디자인한 임상을 단순히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상 설계부터 책임지고 주도한다는 의미다.
문 대표는 “바이오벤처가 비임상 연구를 끝내고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준비 단계가 됐을 때 메디라마에 임상 개발을 전적으로 맡길 수 있다”고 했다.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내부 인력이 IND 제출과 임상에 매달리지 않고 또 다른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발굴에 집중할 수 있다. 인력 운용 측면에서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상은 ‘시간과 돈의 싸움’인 만큼, 메디라마를 통해 단시간에 임상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으면 그 또한 바이오벤처에 이득이다.
문 대표는 “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을 지향한다”며 “이는 후보물질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결국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모델도 일반적인 CRO와 차이가 크다. 크게 두 가지다. 임상 비용을 메디라마와 원개발사가 공동으로 부담할 경우 해당 물질에 대한 수익은 두 회사가 공유한다. 문 대표는 "메디라마와 원개발사가 투자하는 경우, 비율은 양사가 합의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임상 비용을 100% 외부에서 조달할 경우다. 이 경우 수익은 투자사와 원개발사가 나눠 갖는다. 기술이전 등의 사업개발(BD)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투자사는 사전에 합의된 비율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 메디라마는 임상 설계와 개발 비용만 받게 된다.
문 대표는 “향후 10년 간 7개 이상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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