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문의 줄어든 '노도강'…즉시 입주 매물도 수천만원 낮춰 급매로

입력 2021-12-01 17:25   수정 2021-12-09 15:34



“6개월 전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매수 문의가 끊기다시피 하면서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서울 상계동 A공인 대표)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올 들어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KB시세 기준 노원구 집값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18.81% 상승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각각 17.86%, 15.56% 올라 서울 내 상승률 1~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대출총량 규제와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잦아들면서 급매가 나오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입주 가능한 매물도 급매”
1일 현지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선 직전 대비 수천만원 이상 떨어진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는 지난 9월 9억4000만원(11층)에 신고가를 썼지만, 한 달 만에 8억6000만원(13층)으로 8000만원 떨어졌다. ‘상계주공9단지’ 전용 41㎡는 8월 6억2800만원(3층)에 최고가 거래됐다가 지난달 5억9500만원(3층)으로 내렸다. 상계동 B공인 대표는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들도 직전 가격보다 낮춘 가격에 급매로 나와 있다”며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면서 가장 작은 주택형도 6억원 이하를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강북구 미아동 ‘꿈의숲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도 8월 11억3000만원(1층)에 신고가를 찍었다가 지난달 10억8000만원(1층)으로 5000만원 떨어진 가격에 손바뀜했다. 미아동 C공인 대표는 “‘갈아타기’를 위해서 매물을 내놨는데 나가지 않자 호가를 한번에 8000만원 내린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신길동 ‘삼성래미안’ 전용 84㎡는 10월 11억원(8층)에서 지난달 10억2500만원(11층)으로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내년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된다. 이 때문에 대출 여부에 따라 집값이 많이 좌우되는 중저가 단지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가 아파트 시장도 안심 못 해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줄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총 2308건으로, 전월(2702건) 대비 약 14.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월(4380건)과 비교하면 약 52%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매수우위지수가 하락하고 매물도 쌓이는 추세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6.9로, 지난 10월(96.5)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숫자가 작을수록 시장에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341건으로, 한 달 전(4만2471건)보다 6.7% 증가했다.

집값 선행지표 중 하나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주춤한 분위기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07.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0월(119.9%)보다 약 12%포인트 급락했다. 지난달 평균 응찰자 수도 2.82명으로 지난해 3월(낙찰 건수 1건에 1명)을 제외하고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다만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 시장은 아직까지 견조한 모습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가 신고가인 45억원에 최근 거래되는 등 대출 규제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의 집값 상승률은 서울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으로 경기 불확실성까지 커졌기 때문에 고가 아파트 시장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시적 양도세 중과 완화가 이뤄지면 강남권에서도 매물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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