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16~64세', 日인구 60%선 깨졌다

입력 2021-12-01 17:13   수정 2021-12-02 01:22

일본에서 16~64세 생산인구 비중이 2차 세계대전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가 30년째 정체 상태인 일본 경제의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됐다는 지적이다.

일본 총무성은 2020년 국세조사 결과 생산연령인구가 7509만 명으로 5년 전 조사 때보다 227만 명 줄었다고 1일 발표했다. 생산인구가 가장 많던 1995년(8716만 명)에 비해선 13.9% 줄었다. 1975년의 7581만 명에도 못 미쳤다.
15세 미만 인구, 세계 최저

전체 인구에서 생산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9.5%로 1950년 이후 70년 만에 60% 선이 무너졌다. 2차대전 직후인 1945년 58.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945년 일본의 생산인구 비중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원인이 전쟁이었다면 2020년은 저출산·고령화였다.

5년 전 조사보다 15세 미만 인구는 1503만 명으로 5.8% 줄었고, 65세 이상 인구는 3603만 명으로 6.6% 늘었다. 15세 미만 인구는 역대 최저, 65세 이상 인구는 역대 최대였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령화율도 28.6%로 5년 새 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11.9%로 세계 최저였다. 한국(12.5%)과 이탈리아(13.0%)보다 낮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28.6%)은 이탈리아(23.3%) 독일(21.7%)을 넘어 세계 최고였다.

전체 인구는 1억2614만6099명으로 2015년에 이어 두 차례 조사 연속으로 감소했다. 1719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82.5%에서 인구가 줄었다. 4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곳은 도쿄와 가나가와, 사이타마 등 8곳에 불과했다.

올해엔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80만 명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 인구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2050년 생산인구 비중이 48%까지 줄어들고 2054년 전체 인구가 1억 명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는 일본 경제를 정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본의 올해 3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8%로 두 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537조엔(약 5578조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558조엔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의 GDP는 30년째 500조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동의 경제성장 기여도 ‘0’
2010년대 들어 일본 정부는 고령자와 여성의 취업을 늘려 생산인구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6676만 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6% 증가했다.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저임금 근로자인 여성과 고령자의 취업을 늘리는 전략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본 내각부는 2010~2020년 취업자 수와 노동시간 증가가 경제성장률에 기여한 효과가 ‘제로(0)’였던 것으로 추산했다. 1980년대는 노동 분야가 연평균 0.7%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일본 경제가 생산인구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려면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로 지적된다. 지난해 근로자 1명이 1시간 동안 생산한 부가가치는 48.1달러(약 5만6676원)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꼴찌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4.0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개혁과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 활용, 규제 완화,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인력 전환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국세조사는 인구와 취업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총무성이 5년마다 한 번씩 시행한다. 조사원 방문이나 우편으로 인구를 직접 파악하기 때문에 가장 정확한 조사로 인정받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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