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세 뒤집자"…현대차, 아·태사업 국내서 직접 챙긴다

입력 2021-12-01 17:25   수정 2021-12-02 01:38


현대자동차가 국내사업본부에서 오세아니아와 동남아시아 사업까지 담당하는 내용의 역할 조정을 추진한다. 회사의 핵심으로 꼽히는 국내사업본부의 인력과 노하우를 앞세워 이들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급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인 일본 도요타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中 제외한 아·태지역 총괄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국내사업본부가 아·태지역 사업까지 관리하는 조정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국내, 미주, 유럽, 중국, 인도, 아·태, 아·중동 등으로 권역을 나눠 해당 지역의 사업을 관리한다. 현재 아·태권역본부는 호주를 포함해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있는 각 법인의 상품 기획, 판매 등 사업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사업본부는 조정안을 통해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아·태지역 전체를 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는 물론 상품·서비스 기획, 마케팅 등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인 국내사업본부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아·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인도는 자체 시장이 워낙 크고 특수해 따로 관리하기로 했다.

이번 조정은 국내사업본부장을 지낸 장재훈 현대차 사장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적인 국내 사업에 우수 인력을 몰아두기보다 해외 시장 공략에 더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원들이 국내사업본부 직원들에게 미리 영어 공부를 시작하라는 얘기도 종종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사업본부장은 유원하 부사장이 맡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 시장 재진출도 국내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본격화할 계획이다. 전기차 전환에 다소 뒤처진 일본 브랜드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앞서 상용사업본부가 맡던 버스, 트럭 등 상용차 국내 영업도 국내사업본부로 넘겼다. 국내사업본부의 승용차 영업망을 활용해 그동안 부진했던 판매 실적 회복에 나섰다.
급성장하는 동남아에서 1등 목표
현대차가 아·태지역에 힘을 싣는 것은 향후 성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100만 대 이상 신차가 팔리고 있지만 자동차 보급률은 아직 열 명당 한 대에 불과해 성장 여지가 크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아 미래차 전략 지역으로도 꼽힌다.

현대차는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동남아에서 1등이 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아·태지역 수출량은 올해 1~10월 8만725대로, 전년 동기(6만271대)보다 33.9% 늘었다. 2000년대 도요타의 텃밭이던 베트남 시장에선 현대차·기아가 2019년부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에선 지난달 도요타에 이어 판매 2위에 올랐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이 최근 완공돼 현지 생산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연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공장은 내년 초부터 현지 전략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나선다. 이를 통해 일본 차 브랜드가 95% 이상을 장악한 현지 시장에 균열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현지 맞춤형 전기차도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전기차 점유율이 1% 미만인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최근 각각 전기차 보급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보조금 및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위상은 더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 1~3분기 판매 대수는 약 503만 대로, 도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위에서 두 계단 올랐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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