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REC 기준가격 산정식 변경하려던 정부, 업계 반발에 1년 연기

입력 2021-12-02 07:45   수정 2021-12-0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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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체의 수익성이 단기적으로 크게 악화하는 방향으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기준가격 산정방식을 변경하려다 업계 반발에 밀려 시행시기를 1년 늦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시행시기를 미루지 않으면 제도 변경을 예측하지 못한 일부 신재생 발전업체들이 당장 올해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REC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했다고 인정해주는 일종의 발전 인증서다. 발전 공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전체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거나 민간 신재생 발전업체로부터 REC를 사들여야 한다. 발전 공기업은 민간 신재생 발전업체로부터 REC를 구매하느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한국전력으로부터 보전받는데, 이때 얼마나 보전받는지 기준이 되는 가격이 REC 기준가격이다. REC 기준가격은 민간 신재생 발전업체가 발전 공기업에 REC를 판매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비용평가위원회는 매년 7월 전년도 REC의 기준가격을 정산해 공개한다. 예를 들어 올해의 REC 기준가격은 내년 7월에 확정된다. 전년도 REC 기준가격은 전년도 REC의 △외부구매(현물가격 중심) △자체건설 △고정가격(장기계약) 등 세 가지 비용의 가중평균 값으로 산출돼왔다.

한국경제신문 취재 결과 비용평가위는 지난달 29일 열린 2021년도 제11차 회의에서 세 가지 기준가격 결정 요인 가운데 '고정가격'을 제외하는 내용의 안건을 확정·의결했다. 현물가격이 최근 수년간 크게 하락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돼온 고정가격을 기준가격 산정식에서 배제하면 기준가격은 현물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용평가위가 처음엔 변경된 기준가격 산정방식을 내년 7월에 결정하는 '올해 정산분' REC 기준가격부터 적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올해 정산분부터 변경된 제도를 적용하면 시장에 큰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일부 민간 신재생 발전업체들은 내년 7월에 결정될 올해 정산분 REC 기준가격의 예측치를 미리 구해 올해 우선 REC를 예측치에 기반해 시장에 판매하고, 내년 7월에 실제 가격이 확정되면 예측값과의 차액을 거래 상대방과 사후적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비용평가위가 당초 계획한대로 올해 정산분 REC부터 변경된 기준가격 산정식을 적용했다면 제도 변경을 예측하지 못한 채 11개월 동안 높은 가격에 REC를 판매해온 민간 발전업체들은 순식간에 크게 증가한 잠정 손실액을 회계장부에 추가 반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 대형 신재생 발전업체는 "변경된 제도가 올해 정산분 REC부터 소급적용됐다면 내년 7월에 결정될 올해 REC 기준가격 추정치가 6만3000원 안팎에서 4만6000원으로 급락했을 것으로 예상됐다"며 "눈 뜨고 코 베이듯 수백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이 같은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한국경제신문이 제기하자 "절차적 문제로 피해를 보는 민간업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변경된 제도의 적용시기는 비용평가위 회의에서 잘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비용평가위는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제11차 회의에서 변경된 제도 적용 시점을 올해 정산분이 아닌 '2022년도 정산분' REC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2023년 7월에 결정하는 내년도 정산분 REC 기준가격부터 변경된 산식을 적용하면 소급적용 논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REC 현물가격이 내년에 크게 오르지 않으면 2022년도 기준가격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이 같은 REC 기준가격 변경 제도를 추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고정가격에서의 REC 값은 국제연료 가격에 연동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좌우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REC 의무공급 제도와 분리하는 게 타당하다"며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도 일부 낮출 수 있어 제도 변경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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