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현지시간) 리라화 환율은 달러당 13.69리라에 마감하며 전날보다 2.3% 상승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47%가량 폭락했다. 폭락한 리라화 가치로 환산한 수입제품의 가격이 치솟자 터키 물가도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터키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8월 19.3%, 9월 19.6%, 10월 19.9%, 11월 20.7%로 갈수록 오름폭이 커졌다.
이처럼 물가가 치솟고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통상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은 중앙은행을 압박해 되레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내려 연 19%였던 기준금리는 11월 현재 연 15%로 떨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중앙은행에 추가 금리인하도 압박하고 있다.
급기야 터키는 폭락하는 리라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풀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터키의 행보로 되레 국제 투기자본의 타깃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터키의 펀더멘털은 그만큼 취약한 수준이다. 지난 11월 기준 터키의 외환보유액은 1239억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주요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액을 제외한 순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 468억달러라고 봤다.
한국은행은 이처럼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터키 중앙은행과 지난 8월12일 양자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2조3000억원·175억리라 규모로 계약기간은 3년이다. 통화스와프는 비상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상대국 통화를 빌릴 수 있는 협정이다. 한은은 당시 "이번 통화스와프는 양국의 교역 확대 및 금융협력 강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발전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체결했다"며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할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융불안이 끊이지 않고 통화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터키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에도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우려는 넉달여 만에 더 불거졌다.
한은은 당시 구체적 교환 조건과 내역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통화스와프 계약 당시에 2조3000억원어치였던 175억리라의 가치는 현재는 1조5000억원으로 폭락했다. 최악의 경우 한은이 2조30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채 폭락을 이어가 휴지조각이 되버린 리라화만 움켜쥐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손실이다. 한은이 터키 통화스와프와의 구체적 내역과 체결 배경을 밝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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