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과 원자재값 폭등에 자동차 신차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전날 출시한 연식변경 스포츠유틸리티차(SUV) '2022년형 싼타페' 모델 시작가(엔트리)를 3120만원에서 3360만원으로 240만원(7.7%) 올렸다.
현대차는 산타페 차종 중 가장 저렴했던 '프리미엄' 모델을 없애고 편의사양 4개(대형 화면, 트렁크 자동 열림, 자외선 차단 유리, 레인센서)를 추가한 '익스클루시브' 모델로 개편했다. 제일 많이 팔리는 '프레스티지' 모델도 107만원 인상했다. 가솔린 모델도 시작 가격을 181만원 올렸고, 프레스티지 모델은 48만원 인상했다.
올해 국내에서 '픽업트럭 돌풍'을 일으킨 한국GM의 쉐보레 '콜로라도'도 전날 2022년형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엔트리(익스트림 모델) 가격을 3830만원에서 4050만원으로 220만원(5.7%) 올렸다. 상위 모델인 Z71-X 트림 가격은 지난해 4499만원에 출시됐는데 올해는 4739만원에 나와 240만원 인상됐다.
통상 자동차 업계에서 연식변경 모델 신차 가격은 1~1.5% 인상이 대부분이었다. 올해 5~7%대 인상은 부품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자재 가격 폭등이 심상찮다.
실제 현대차·기아에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는 현대제철은 최근 하반기 강판 값을 t당 12만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만 해도 강판 값은 t당 5만원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t당 101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은 올 3분기 165달러로 63.3% 뛰었다. 철광석은 차체를 만드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원재료. 이 기간 알루미늄과 구리의 t당 가격도 각각 39.9%와 48.6% 올랐다. 지난해 말 t당 955달러던 플라스틱 가격 역시 올 3분기에는 1181달러로 23.6% 상승했다.
이같은 원자재값 상승은 차량 가격에도 일부 반영됐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지난해 말 4182만원에서 올 3분기 4758만원으로 13.7% 뛰었다. 레저용 차량(RV)의 경우 이 기간 4177만원에서 4208만원으로 올랐다.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판매한 승용차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3579만원에서 4239만원으로, RV는 4826만원에서 5407만원으로 크게 뛰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제조 원가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며 "가격 상승 압력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워 내년에도 신차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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