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심각한 것은 인공호흡기, 심폐장치 등이 필요한 위중증 환자 폭증과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 상승이다. 확진자가 늘더라도 효율적인 방역대책으로 위중증 환자가 적다면 그나마 걱정이 덜할 것이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는 이달 들어 700명대로 올라선 뒤 연일 최다를 갈아치우며 그제 774명을 기록했다. 10월 초만 해도 0.5%를 밑돌던 치명률도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전환한 지난달 초 1.0%를 넘었고, 이달 초엔 1.5%까지 치솟은 뒤 1% 전후에서 낮아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치명률을 낮출 정부 대책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병상 고갈 등으로 의료체계가 붕괴 위기에 몰리면서 대기 환자만도 1000명에 육박한다. 위중증 환자가 입원 대기 중 손쓸 겨를 없이 사망한 사례도 지난 5주 동안 29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넓은 공터 등에 임시병상 설치, 중소병원 시설 개선 등 병상과 의료진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고 숱하게 건의했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대비조차 소홀히 한 채 병상확보 행정명령만 내린다고 공간과 인력이 부족한 병원인들 금세 뚝딱 만들 수는 없는 처지다. 다급해지자 준비도 없이 ‘집에서 치료하라’고 하니 이런 직무유기가 어디 있겠나.
12~18세 청소년 백신 접종 문제도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한 달 전 수도권 전면 등교를 할 때만 해도 학생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며 개인 자율에 맡겼다. 그러다가 이제 와서 내년 2월부터 학원·독서실·도서관 등 이용 시 청소년에게도 ‘백신 패스’(접종완료 증명)를 적용하겠다고 하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것이다. 물론 3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청소년 접종률을 끌어올릴 필요는 있다. 그렇다면 뒤늦게 강압적 방식으로 할 게 아니라 애초부터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설득 등 세심하게 접근해야 했다. 정부의 방역대책은 마스크 대란에서부터 백신 확보와 부스터샷 실기(失機), ‘백신 패스’ 논란까지 단계별로 총체적 실패를 거듭했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킬 대책과 능력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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