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中 패권경쟁서 살아남으려면

입력 2021-12-07 17:34   수정 2021-12-08 01:14

한국 경제를 롤러코스터에 올려놓은 여러 사건 중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은 미·중 간 무한 패권경쟁이다. 발단은 누적돼온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그 이유는 끝이 없다. 극한 대립과 파국을 피하고자 지난달 194분 동안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화상 정상회담은 “불장난을 하는 사람은 불에 타 죽는다”는 극한적인 표현까지 오가면서, 갈등의 봉합 국면을 찾기보다는 노골적으로 양국 간 갈등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계기로 해석됐다. 미·중 양국 간 무한 패권경쟁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요인들이 끝이 없듯이, 그 종착점이 어디일지에 대해서도 분분한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미·중 간 무한갈등의 첫 번째 요인으로 흔히 논의되는 것은 ‘투키디데스 함정’처럼 양국 간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는 논리다. 고대 그리스의 패권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가 부상하는 신흥세력인 아테네에 대해 위협과 두려움을 느껴 벌어진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불가피했듯이, 급성장하는 중국에 대한 기존 패권국 미국의 두려움과 그에 따른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화된 미·중 간 무역전쟁뿐만 아니라 기술패권 경쟁, 군사적 패권경쟁 등 제반 패권경쟁이 모두 미국의 불안에서부터 시작된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는 논리다.

둘째는, 미국과 중국 모두 지난 세기부터 누적돼온 국내 사회경제적 문제와 그를 둘러싼 정치적 불안요인들을, 양국 간의 갈등구조를 통해 모면하고자 하는 공통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즉 미국 경제는 외관상 세계 최대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최첨단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믿어져 왔으나, 정작 빈부격차 등 미국 내 다양한 정치적 갈등구조를 봉합할 수 있는 손쉬운 출구는,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과 적대감이라는 사실을 트럼프 진영과 바이든 진영 모두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년 당 총서기 연임을 위해 중국 내 정치적 지지확대가 절실한 시진핑 입장에서 ‘미국의 부당한 내정간섭’에 분연히 맞서 ‘강력한 중국’의 굴기를 보여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돌이켜보면, 위의 두 가지 해석이 상반되는 배타적 논리가 아니라 매우 보완적인 요인이라는 점이 쉽게 확인된다.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국내적 불안 요인에 시달리지 않는, 즉 안정적인 경제상황과 그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정치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국가가 기존 질서를 허물면서 불확실성의 미래에 대한 도박을 감행했던 역사적 전례가 없다는 점은 과거 몽고 및 로마제국의 정복전쟁과 십자군전쟁의 사례가 분명히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을 아우르는 모든 정치권을 휩쓸고 있는 중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와,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맞불작전식 대결 전략은 결국 두 나라 모두의 국내경제 및 정치적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또 그런 만큼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 정부와 기업들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얕은수를 쓰고 있다.

지난 5000년의 반복된 역사적 경험에서 확인됐듯이, 그 어떤 시장지배력도 가지지 못했던 전형적인 소국개방경제의 유일한 선택은 어딘가에 줄을 서서, 결국 경제 및 국제정치 모두에서 ‘루저’가 되는 경험의 반복이었다. 휘청거리는 두 ‘패권 희망국가’ 사이에 또다시 떠밀려든 한국 경제의 유일한 생존법은 어딘가에 줄을 서는 루저의 전략이 아니라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보여주는 전법이다. ‘한반도 운전자 전략’은 운전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읊조리는 것이 아니라, 운전할 능력과 실력이 있음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 즉 미국과 중국이 아쉬워하는 산업과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어설픈 수사학이 아니라, 목숨을 건 기술경쟁력 확보 노력이 바로 그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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