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 발전원료의 연료비 단가가 최근 3개월 새 최고 4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기준인 올 9~11월 연료비용이 크게 뛰면서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할 방침이어서 전기료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3분기 9000억원대 적자를 낸 한국전력의 누적 손실이 계속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탄 가운데 발전에 주로 쓰이는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는 이달 ㎾h당 66.52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과 비교해선 15% 상승했다. 석유류의 연료비 단가도 같은 기간 14.3% 올랐다. 연료비 단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올초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던 세계 주요국 경제가 작년 말부터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화석 연료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1월 도입했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내리면 전기요금도 내리는 구조다.
전기요금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막상 연료비가 오르자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올 2분기와 3분기에도 연료비가 급등해 한전은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정부는 서민 생활 안정을 이유로 ‘동결’을 고집했다. 9월이 돼서야 정부도 버티다 못해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인상했다. 월평균 350㎾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평균 인상률은 1.9%, 월 추가 부담액은 1050원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생활물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전기료 조정에 소극적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오르며 정부의 연간 물가안정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돌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서민 생활물가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전에도 기재부는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정부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연료비 인상 부담은 모두 한전 및 발전 공기업들이 떠안아야 한다. 한전은 이미 연료비 부담 증가로 3분기 연결 기준 9367억원의 영업손실(잠정치)을 냈다. 작년 3분기 2조33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해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올 4분기부터는 ㎾h당 3원 오른 가격에 전기를 판매하고 있지만, 인상 결정 이후에도 연료비가 계속 상승해 실적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으로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보다 같은 기간 연료비 급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훨씬 큰 상황”이라며 “전기요금이 더 오르지 않으면 한전의 내년 손실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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