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또 강성노조…"완전 월급제" 요구

입력 2021-12-08 17:31   수정 2021-12-16 15:09


현대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에 ‘강성’ 노동조합 집행부가 들어섰다. ‘일은 줄이고, 월급은 더 달라’는 게 공통된 요구다. 반도체 공급난 지속으로 대규모 생산 차질을 겪는 완성차업계에 노조 리스크까지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잔업 안 해도 임금 보장” 요구
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이날 치른 9대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평가받는 안현호 후보가 2만2101표(53.33%)를 얻어 당선됐다. 2년 만에 다시 강경 성향의 지부장이 현대차 노조를 이끌게 됐다.

안 당선인은 1965년 부산 출생으로, 1991년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했다. 1994년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지만 3년 만에 복직했다. 1999년엔 현대차·현대차서비스·현대정공 차량 생산부문 등 3사 통합 당시 또 투쟁을 벌이다 해고됐다. 그러나 2002년 다시 복직해 지금까지 노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6년에는 성과금을 더 달라며 투쟁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노사 협조주의’를 척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기존 온건 성향의 노조 집행부와 달리 더 이상 회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잔업(OT) 30시간을 기본 적용하는 ‘완전 월급제’를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잔업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30시간치 수당을 월급으로 받아내겠다는 의도다.

하루 8시간인 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줄이고, 현행 750%인 상여금은 800%로 늘리는 한편 이를 모두 통상임금에 산입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는 기존의 노사 합의와 상충된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에 맞춰 정년을 연장하겠다고도 했다.

강성 집행부의 등장으로 올해까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한 현대차에서 내년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같이 회사 인건비를 급격히 늘리는 급진적 공약”이라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주요 사업장마다 노조 리스크
한국GM 노조가 이날 시행한 지부장 선거에서도 강성의 김준오 후보가 3686표(56.66%)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공약에서 “수십 년 동안 받았던 상여금을 한순간에 뺏겼다”며 “반드시 되찾아 오겠다”고 했다. 동결 수준이던 기본급을 올리고,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비규칙적 근로에 따른 임금 손실을 막는 월급제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로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것도 현대차 노조와 같은 공약이다.

인천 부평공장 신차 배정을 위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러나 정작 GM이 한국GM에 대한 전기차 배정을 주저하는 이유는 노조와 경직적인 노동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의 비정규직 불법 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기차 투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수년간 잇따라 불법 파견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기아 노조도 오는 17일 새 지부장 선거를 한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후보 두 명과 온건 성향의 후보 한 명이 경쟁하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강성의 현대차 노조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에서도 강성 노선의 정병천 후보가 노조 지부장에 당선됐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2019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앞서 물적 분할을 의결하는 데 반발해 주주총회장을 무단 점거한 인물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내년엔 주요 사업장마다 노사 갈등이 더욱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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