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들의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가운데 대출금리도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중고'가 예상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시중은행들의 대출 한도는 월 평균 3조원 이내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월간 평균 공급실적과 비교하면 약 5000억원 더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올해(5~6%)보다 강화된 4~5%로 제시한 결과다.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4.5~5% 수준으로 금융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은행별로는 올해보다 대출 공급이 약 15% 정도 줄어든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5%라고 가정했을 때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은 잔액 기준으로 최대 747조8000억원까지 대출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이들 은행의 올 연말 대출 잔액이 712조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5조원(15%) 가량 한도가 줄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차주들은 내년의 DSR 시행으로 줄어든 대출 한도를 직접 피부로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2금융권은 50%)를 넘을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추가로 내년 7월엔 총대출액 1억원 이상(3단계)으로 규제 대상도 넓어진다. 차주별 대출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전체 차주의 13.2%가 DSR 2단계에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가속화된 만큼, 규제에 해당되는 차주들은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코픽스가 상승한 영향이다. 코픽스는 정기예적금·금융채·양도성예금증서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을 의미한다. 특히,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은행이 해당 월에 신규 조달한 자금을 대상으로 산출돼, 시장금리 변동을 상대적으로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는 게 특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현재 1%인 기준금리는 여전히 온화적이며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 금리 인상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시장에선 내년에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이상 인상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가 이어진다는 점도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서다. 이미 현재 일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5% 넘고, 마이너스 통장 금리도 6%를 넘는 사례도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수요 억제를 목적으로 고금리 정책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내년에도 올해처럼 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조9000억원으로 10월(6조1000억원)보다 줄었다. 하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9000억원으로 10월(1조원)보다 오히려 증가세가 확대됐다. 총량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쏠림이 발생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교체되면 대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오지만, 은행권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GDP 대비 100%를 넘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정권과 상관없이 가계대출 규제는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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