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니까 우리가 만든다"…자동차 회사들 '중대 결단'

입력 2021-12-09 14:02   수정 2021-12-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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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이 잇따라 차량용 반도체 '자립 선언'에 나서고 있다. 향후 자율주행과 전동화 전환으로 반도체 수요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에도 반도체 공급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아예 공급망을 단순화 시켜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완성차 4위권 업체 스텔란티스는 대만 폭스콘과 제휴해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다고 지난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체 내부에서 다양한 곳에 쓰인다. 엔진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에어백 및 열선 작동까지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을 제어하는 데 사용된다. 고차원적으로는 자율주행, 멀티미디어 환경, 결함 감지 원격 소프트웨어 등에도 쓰인다.

스텔란티스는 2024년 차량 탑재를 목표로 반도체 4종을 폭스콘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개발 합작사를 설립하는 작업 중이다. 합작사는 스텔란티스 반도체 수요의 80% 이상을 충족할 계획으로, 이를 통해 공급망을 단순화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미국 합작사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지난 1월 출범했지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올해 차량 생산을 140만대 이상 줄였다. 크라이슬러,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자동차 회사가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반도체 대란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앞서 포드와 제네럴모터스(GM)도 지난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와 협력해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포드는 이를 위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인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가 자율주행, 배터리 관리 등 필수 칩 개발 연구를 함께 하고 제작은 글로벌파운드리에 맡기는 식이다. 척 그레이 포드 부사장은 "반도체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자동차의 성능과 기술 독립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GM은 퀄컴, NXP, 대만의 TSMC 등과 협력해 새 차량용 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각종 기능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MCU)칩도 하나의 칩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만들 계획이다. 마크 루스 GM 사장은 "일단 연간 1000만개 수준을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폭스바겐그룹이 자체 자율주행 칩 설계 계획을 밝혔고, 지난달엔 BMW와 퀄컴이 자율주행 칩 계약을 맺은 사실도 알려졌다. 국내에선 현대자동차가 올 10월 반도체 자체 개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그동안 외부에 맡겼던 칩 설계와 생산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자체 조달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

자동차 업계는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라 1년 이상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반도체 공급난의 직격탄을 맞은 GM과 포드는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 23% 급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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