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판이었다.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안 돼 신규 확진자 수는 물론 위중증 환자 수, 사망자 수 등 모든 수치가 수직 상승했고, 의료시스템은 붕괴 직전으로 내몰렸다. 정부가 ‘부스터샷’(추가접종)과 소아·청소년 접종 확대에 ‘올인’하는 동시에 사적 모임 추가 제한 등 특단 조치도 검토에 나섰지만, 한번 뚫린 방역구멍이 다시 메워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모든 혼란은 백신효과 지속 기간을 잘못 잡은 데서 출발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6개월 정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아줄 걸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3~4개월이 지나자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는 것이다.
방역당국의 오판에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 건 믿었던 ‘방패’가 약해진 걸 모른 채 위드 코로나 정책에 맞춰 각종 만남을 재개한 이들이다. 주로 지난여름 접종을 완료한 60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이들은 ‘접종완료 후 6개월’로 잡혔던 부스터샷을 맞기 전에 돌파감염됐다.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3개월 전 20%대에서 30% 수준으로 상승했다. 젊은 층에 비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많은 탓에 상당수가 위중증 환자가 됐고, 일부는 사망으로 이어졌다.
위중증 환자가 늘어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지만, 그렇지도 못했다. 정부의 오판으로 병상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중환자 병상가동률은 위드 코로나 직전 42.1%에서 78.8%로 크게 올랐다. 중환자 병상은 입·퇴원 수속과 여유 병상 확보 등 이유로 100% 가동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만석’인 셈이다. 수도권에서만 860명이 병상을 배정받기 위해 하루 이상 대기하는 이유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방역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현재의 확산세가 지속되면 지금보다 더 큰 불편, 더 큰 손해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며 더 센 방역조치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가 추가 방역강화 조치 검토에 나선 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상황에서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5배 강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마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감염자는 이날 22명 늘어 누적 60명이 됐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추적하고 있는 대상자가 2300명에 달하는 만큼 향후 감염자가 쏟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하루 확진자 1만 명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청조차 상황이 악화되면 이달 말 신규 확진자가 8000~9000명, 내년 1월 말에는 8000~1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연내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의료체계는 버티지 못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영업자에 충분한 손실보상을 전제로 주요 시설에 대해 강력하게 봉쇄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인명 피해를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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