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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건강검진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심각한 병력이 있는 지원자는 물론이고 유의할 만큼의 신체적 이상이 있으면 사원을 뽑지 않겠다는 곳이 많다고 한다. 건강보험에 따른 질병코드가 확인되거나 ‘재검사’ 판정 정도로도 채용이 막히는 사례가 나온다. 면접까지 끝난 뒤 뒤늦게 불합격 판정이 나면서 법적 분쟁까지 벌어진다. 기업이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영향이 크다. 작업 도중 쓰러지거나 발병이라도 하면 회사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건강 조건 때문에 취업 시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에서는 비현실적인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기업들의 자구책이라는 입장이다. 취업 성패까지 결정하는 ‘건강 변수’ 어떻게 볼 것인가.
이 법의 제정 논의 초기부터 법안이 통과된 이후까지 산업계가 얼마나 많은 우려와 반대, 비판을 해 왔나.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법이 무서워 철수해야 할 판이라는 반응이 나타났다. 현대인에게 흔히 나타나는 뇌, 심장, 혈관 질환은 개인 컨디션에 따라 작업 도중에 언제라도 발병할 수 있다. 이런 만성질환까지 기업 책임으로 돌리는 판에 고위험군 지원자를 가려내는 것은 기업이 할 수 있는 당연한 자구책이다. 만성 질환자의 발병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왔던 기업들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
근로 인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본인의 직접적인 잘못도 아닌 일로 구속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는 게 기업엔 더 절실하다. 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임기를 마치고도 귀국 못 할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직업병 소견이 있는 지원자의 건강검진 결과 검수 절차를 더 강화하고, 주의가 필요한 취업 희망자에 대해 전문의 소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강검진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자구책일 뿐인데, 이제는 이런 것에 대한 규제까지 나올까 겁나는 상황이다.
법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면 상식 이상의 건강검진 요건 강화는 무리한 반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에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 시행 전인 만큼 실제로 그런 처벌을 받은 기업인이 생기지도 않은 상황 아닌가. 국내 최대 건강검진 전문 업체인 한국의학연구소(KMI)의 건강검진 건수가 2021년 들어 전년 대비 30%(11월 말 기준) 이상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나. 그만큼 미리부터 과잉 반응한다는 역설적 반증이기도 하다.
모온라인쇼핑몰 업체에서 최근에 있었던 사례를 보자. 그동안 배송기사 채용은 간단한 면접과 유급 운전연수 기간을 거치는 정도로 결정됐다. 하지만 운전연수를 거친 지원자 모두에게 회사 지정 업체에서 신체검사받는 것을 의무화했다. 고혈압 협심증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계에 이상이 있으면 아예 뽑지 않겠다는 것이다. 고혈압만 해도 취업 연령대는 평소 약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현대의 흔한 질환인데, 이로 인해 취업 자체가 막히는 게 타당한가. 더구나 기업은 불합격 통보 때 그에 대한 사유를 밝히는 경우가 드물다. 당사자로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 수 없다. 신체검사 후 대기 과정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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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전에 법 보완을 생각해볼 만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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