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비만 170억 달러(약 20조 원)로, 삼성전자의 해외 단일 투자로는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이 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밀리·센티·킬로는 배수 나타내는 접두어
‘㎚’는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미터법상의 단위기호 가운데 하나다. 일상에서는 쓸 일이 드물어 언론에서 보도할 때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통상 괄호 안에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말에서 ‘나노미터’는 1990년대 들어 언론을 통해 활발하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한국 반도체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메가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그해 시장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다. 덩달아 ‘나노미터’란 용어도 90년대를 거치면서 신문 지면을 달궜다.나노미터의 나노(n)는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접두어로, 소문자 n을 기호로 쓴다. 단위기호와 마찬가지로 접두어도 대문자·소문자를 엄격히 구별해 써야 한다. n을 자칫 대문자 N으로 쓰면, 이는 자석이나 나침반 따위에서 북쪽을 나타내는 기호가 된다. 또는 ‘질소’의 원소기호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상에서는 ㎞(킬로미터)를 대문자 KM 또는 Km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다. K는 ‘켈빈’이라는 전력 단위고, M은 ‘메가(100만 배)’를 뜻하는 접두어라 이상한 표기가 되고 만다.
전력을 표시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가령 ‘100㎽’를 무심코 ‘100㎿’라고 적었다면 어떻게 될까. ㎽는 밀리와트이고 ㎿는 메가와트다. 메가(M)는 밀리(m)의 10억 배이므로 그 차이는 엄청나다. dB(데시벨)는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자칫 이를 DB라고 쓴다면 우스운 꼴이 난다. DB는 데이터베이스(data base)를 나타내는 약호이기 때문이다.
현실 어법이 굳어 거리나 무게로도 쓰여
한국 사람은 ‘밀리(m)’와 ‘센티(c)’ ‘킬로(k)’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사전 풀이가 의미심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밀리와 센티를 ‘미터법에 의한 길이의 단위’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은 부족한 풀이이다. 아마도 밀리나 센티를 밀리미터(mm), 센티미터(cm)의 준말로 본 것 같다. 그런 배경에는 사람들이 밀리나 센티를 관용적으로 그리 쓰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을 터이다.하지만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에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밀리와 센티는 국제단위계에서 기준단위의 ‘1000분의 1’, ‘100분의 1’이란 의미를 더하는 접두어다. 실제로 밀리미터뿐만 아니라 밀리그램(mg) 밀리리터(mL)로도 흔히 쓰인다. 각각 미터, 그램, 리터에 붙어 배수(倍數) 관계를 나타낸다. 센티도 센티미터 외에 센티그램(cg), 센티리터(cL)도 있다.
‘1킬로’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킬로’를 길이(km)와 무게(kg)의 단위로 풀었다. 그러니 누군가 ‘1킬로’라고 하면 그것은 1킬로미터 또는 1킬로그램을 뜻하게 된다. 이 역시 온전한 풀이가 아니다. 킬로는 배수(1000배)를 뜻하는 접두어이기 때문이다. 길이와 무게 외에 부피나 전력, 전압을 나타내는 단위에 붙어 킬로리터(kL)도 되고 킬로와트(kW), 킬로볼트(kV)도 된다. 열량 단위에 붙으면 칼로리의 1000배인 킬로칼로리(kcal)가 된다. 메가(M)가 붙으면 ‘100만 배’란 뜻을 담고, 기가(G)가 붙으면 ‘10억 배’가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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