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시간입니다. Fed가 결정하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및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확인해야 하는 때입니다. 시장 예상 만큼만 속도를 끌어올릴 지가 관건입니다.
구체적인 'Fed 속도'를 알게되는 시점은 미국 시간으로 15일 오후 2시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가 나오는 때입니다.
이번 FOMC에선 성명서 뿐 아니라 금리 인상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와 경기전망이 함께 나옵니다.
구체적 지표로는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 속도가 나옵니다. 15일 오후 2시에 나오는 성명서에서 테이퍼링 속도가 2배로 빨라질 지, 내년 금리 인상 횟수가 2회 이상일 지 봐야 합니다.
'2·2·2'라는 숫자와 함께 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 주가는 강세를 보이겠지만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면 증시 변동성은 커집니다.
지난 11일 미국 중부를 강타했던 토네이도처럼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이느냐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 기사는 유튜브 채널 '한경 글로벌마켓'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로도 제공해드립니다.
이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두 가지 사실을 공언했습니다. 첫째는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인플레이션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모두 지난달 30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한 얘기들입니다.
당시 파월 의장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경제가 매우 좋아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강해지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또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Fed가 의미하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의 형태로 영구적인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썼다"며 "사람마다 이를 쓰는 의미가 다르다"고 했습니다.
11월 FOMC까지 일시적이란 단어를 썼는데 불과 한 달만에 입장을 확 바꾼 거죠. 12월 초에 Fed 의장 연임이 확정되면서 매파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인플레 파이터'가 되겠다는 맹세까지 한 것처럼 거침없는 발언이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이런 예고편을 날렸기 때문에 테이퍼링 속도는 빨라질 것입니다. 시장에선 두 배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 매달 150억달러씩 테이퍼링 규모를 줄이고 있는데 내년부터 300억달러씩 줄인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내년 1분기말, 즉 3월에 테이퍼링을 종료하게 됩니다. 그리고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겠다는 것이죠.
테이퍼링 다음 수순은 당연히 금리 인상입니다. 점도표를 통해 내년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가늠해볼수 있습니다.
지난 9월만 해도 18명의 Fed 위원 중 9명이 내년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했씁니다. 그 때만 해도 39년 만의 최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오기 전의 일입니다.
10월부터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상승 폭이 확 커졌기 때문에 이번 점도표엔 그런 점이 반영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선 내년에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시기는 대체적으로 상·하반기에 한 번씩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이 연방기금(FF)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통화정책 변경 확률을 추산하는데요. 그 결과를 보면 Fed가 내년 6월에 금리를 인상할 확률을 80.9%로 봤습니다. 한 달 전 예측치인 64.2%에서 16.7%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내년 9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확률은 93.3%였습니다.
하지만 점도표에선 금리 인상 시기는 알 수 없고 금리 인상 횟수만 파악할 수 있습니다. FOMC 위원 중 몇 명이 금리를 2회 이상 올려야 한다고 보는 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Fed는 분기말에 경제·전망도 내놓습니다. 지난 9월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7.0%에서 5.9%로 낮췄습니다. 내년 성장률 예상치는 3.3%에서 3.8%로 높게 잡았습니다.
이번에 성장률은 낮출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1분기(6.3%)와 2분기(6.7%)만 해도 고속 성장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잠정치까지 나온 3분기 성장률은 2.1%에 불과했습니다. 4분기에 소폭 상승한다고 하지만 1년 전체적으로 6%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물가 전망치는 올릴텐데 어떻게 바꿀 지도 관심사입니다. Fed는 9월에 PCE 기준 근원 물가 전망치를 3.0%에서 3.7%로 높였습니다. 내년 물가 상승률을 2.3%로 비교적 낮게 유지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10월부터 물가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Fed가 통화 정책 결정에 참고하는 PCE 물가는 10월에 5.0% 상승했습니다.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폭입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도 4.1% 올랐습니다. 이 역시 31년만의 최고치입니다.
CPI로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11월 CPI 물가는 6.8% 올랐습니다. 1982년 6월(7.2%) 이후 무려 39년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올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Fed 목표치(2.0%)를 밑돌았죠. 그러다가 3월 2.6%로 오르더니 이후 4.2%(4월)→4.9%(5월)→5.3%(6월)→5.3%(7월)→5.2%(8월)→5.4%(9월)→6.2%(10월)→6.8%(11월)로 치솟고 있습니다.
FOMC가 끝난 다음날엔 유럽의 통화정책 방향을 볼수 있습니다. 16일에 ECB(유럽중앙은행)·BOE(영국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가 열립니다.
FOMC 이전인 13일엔 OPEC(석유수출국기구) 원유시장 보고서가 공개됩니다. 14일엔 미국의 1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 16일에 페덱스와 어도브, 액션츄어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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