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5% 올리고 2년만 더 살기로 했는데…" 세입자 '날벼락'

입력 2021-12-13 10:02   수정 2021-1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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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대방동에 전세로 사는 40대 김모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집주인이 자신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를 해오면서 내년 6월 전세를 새로 구해야 하는데, 비슷한 평수의 근처 아파트 전세가가 모두 올라서다. 신대방우성2차 아파트의 공급면적 90m2(27평)는 올 4월만 해도 3억원대 중반에 거래됐지만 최근 5억원 내외까지 뛰었다. 더 넓은 평수의 전세 매물은 현재 6억 후반~7억원대에 나와있다.

정부가 내년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포함시키더라도 실수요자 중심으로는 대출을 내주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셋값 자체가 크게 뛰면서 세입자들 걱정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는 전세대출도 포함될 전망. 다만 당정은 올해처럼 전세와 같은 실수요자 대출은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 8월 농협은행은 전세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10월 재개했고, 다른 은행들도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에 한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 전세대출·집단대출 등 실수요자 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총량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여당이 전세대출은 절대 중단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하자, 금융위가 분기별로 총량을 관리해 실수요자 대출 중단이 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가계대출 총량을 올해 대비 4~5%대로 관리하고, 실수요자 전세대출·집단대출 등은 최대한 끊기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은 중단 없이 할 것"이라며 "전세대출 총량, 집단대출 총량 관리를 분기별로 예측해서 유지하는 게 구체적 대책"이라고 부연했다.

문제는 전세대출이 무리없이 진행된다 해도 올해 전세값이 많이 오르면서 어쩔 수 없이 새로 전세를 구해야하는 세입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

서울 잠실에 거주 중인 윤모 씨는 내년 1월 중순 전세 만기 시점을 맞아 전세계약청구권을 쓰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전세 시세가 2억2000만원 정도나 더 올랐지만, 5% 인상하고 2년만 더 살겠다고 집주인과 협의했다"며 "그런데 계약만기 한 달도 채 안 남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통보해와 날벼락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전세대출을 더 받을 여력도 없고, 아파트가 구축이지만 재건축까지 진행될 예정이라 무리없이 연장될 줄 알았는데 뒷통수 맞았다"며 "주말 내내 다른 동네로 집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고 호소했다.

1인 가구 역시 전세값 상승으로 고민하고 있다. 현재 2억원 전세로 거주 중인 박 모씨는 "현재 1억5000만원을 대출했다. 내년 5월 전세 만기가 도래하는데 최근 주변 전세 시세가 3억원 후반대로 올랐다"며 "집주인에겐 5% 올라도 재계약을 하고 싶다고 얘기해놨지만, 집주인이 얼마를 올려달라고 할 지 몰라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지만 혹시 집주인이 실거주를 얘기할까봐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며 "갖고 있는 돈으로 다시 월세를 찾아가야 하는지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시장은 내년에도 전세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세가격 상승률은 6.5%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만기가 다가온다는 점도 전세값을 끌어올릴 요인으로 꼽힌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기존 계약분과 신규 계약분의 괴리가 커 지수상엔 나타나지 않지만 전세가격 상승폭이 크다"며 "내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물량이 시장에 거래되면서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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