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통과' 안나린, 내년 목표는 LPGA 신인왕

입력 2021-12-13 17:02   수정 2021-12-14 00:18

안나린(26)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입성했다.

안나린은 13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도선의 하일랜드 오크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퀄리파잉(Q)시리즈 최종 8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쳤다. 2주간 치러진 8라운드 레이스에서 합계 33언더파 541타를 친 안나린은 2위 폴린 루생-부샤르(21·프랑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2018년부터 현재 포맷으로 열리는 LPGA Q시리즈에서 수석을 차지한 건 ‘핫식스’ 이정은에 이어 안나린이 두 번째다. 2017년까지 ‘퀄리파잉(Q)스쿨’로 열린 시드전에선 송아리(2010년)와 김인경, 최혜정(2006년)이 1위를 기록했다. 김인경과 최혜정은 당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안나린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기대된다”며 “지금까지 TV로만 보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총상금 15만달러가 걸린 Q시리즈에서 1위와 20위의 혜택 차이는 크지 않다. Q시리즈 45위까지 내년 LPGA 투어 카드를 받고, 그중 20위 이내에 든 선수들은 안정적으로 투어를 뛸 수 있다.

하지만 배수진을 치고 나온 안나린에겐 ‘수석’ 타이틀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골프계에 따르면 안나린은 Q시리즈에 도전하기 전에 이미 LPGA 투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과 후원 계약 조율을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 1차 목표인 ‘합격’을 넘어 수석으로 당당히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게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안나린의 미국 진출을 도와온 세마스포츠마케팅은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매니지먼트 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세마스포츠마케팅에는 고진영(26)과 박성현(28) 등이 소속돼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2승을 올린 안나린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이다. 2014년 프로로 데뷔한 뒤 3년 만인 2017시즌부터 1부 투어에서 뛰었다. 1부 데뷔 후 3년 만인 2020시즌에 첫 우승과 2승을 달성했다. 다시 2년 만에 ‘꿈의 무대’인 LPGA 투어에 진출했다. 안나린은 내년 벌일 신인왕 경쟁에 대해 “루키 시즌인 만큼 최대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루생-부샤르에게 5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안나린은 막판 3개 홀에서 버디 2개를 잡아 역전에 성공했다. 반면 루생-부샤르는 버디 6개를 잡고도 보기 4개, 더블보기 1개를 쏟아내며 7라운드까지 지켜온 선두 자리를 피니시라인 앞에서 내줬다.

KLPGA 투어 10승을 보유한 최혜진(22)도 17언더파 공동 8위에 오르며 무난하게 LPGA 투어에 진출했다. 최혜진은 “아직 믿어지지 않고 설렌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록 1위를 내줬으나 차석에 오른 루생-부샤르는 내년 신인상 자리를 두고 안나린, 최혜진과 치열한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루생-부샤르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를 반 년 넘게 지켰던 유망주다. 미국에 적응해야 하는 안나린과 달리 LPGA 투어가 안방처럼 편한 선수다. 지난해 8월 프로로 전향한 지 2주 만에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스웨덴 스카프퇴 오픈에서 우승한 경험도 있다.

태국의 ‘골프 천재’ 아타야 티띠꾼(18)도 3위로 통과해 신인상 후보로 떠올랐다. 티띠꾼은 최연소 우승 기록을 포함해 두 차례 LET에서 우승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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