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최초 폴더블폰 출시를 놓고 삼성전자의 1세대 갤럭시폴드와 경쟁을 벌이던 중국 화웨이가 갤럭시Z플립과 흡사한 폴더블폰 '메이트V'를 곧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 삼성에 맞서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폴딩을 채택하는 등 다른 전략을 택했지만, 갤럭시Z 시리즈가 사실상 전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장악하자 추격자 위치에서 유사한 방식의 폴더블폰을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오는 23일 클렘셸(조개껍데기) 형태의 폴더블폰 '메이트V'를 공식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이트V 커버 디스플레이는 1.3인치 정도로 예상되며 화웨이가 독자 개발한 기린9000 칩셋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트V는 갤럭시Z플립과 같이 위아래로 접는 형태란 점이 특징. 업계는 중국 제조사들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8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따라하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클램셸 형태 폴더블폰은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팅(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Z플립3는 3분기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60%로 1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앞선 2019년 메이트X를 내놓고 갤럭시Z폴드 1세대와 폴더블폰 경쟁을 펼친 바 있다. 당시 갤럭시Z폴드의 인폴딩 방식과 달리 아웃폴딩 방식을 채택해 메이트X를 출시했다.
아웃폴딩 방식의 메이트X는 화면이 바깥으로 노출돼 접히는 방식 탓에 외부 충격이나 온도 등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폴딩은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구조다. 화웨이는 결국 올해 2월 삼성전자가 택한 인폴딩 방식으로 '메이트X2' 폴더블폰을 선보였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샘모바일은 "화웨이가 삼성 폴더블폰에 영감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독창성을 포기하고 올 초에도 삼성의 갤럭시Z폴드 디자인을 모방했기 때문에 갤럭시Z플립을 따라한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화웨이에 앞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도 인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오포 파인드 엔'을 오는 15일 공개할 전망이다.
IT 매체 폰아레나에 따르면 오포 파인드엔은 6.5인치 곡면 디스플레이에 전면과 후면에 각각 1개, 3개의 카메라가 달렸다. 배터리 용량은 4500밀리암페어시(mAh),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제조업체가 폴더블폰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으나 기술적으로는 열세인 탓에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내세워 폴더블폰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폴더블폰 제품이 삼성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중국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에서 삼성과 맞먹는 점유율을 올리고 있는 만큼, 앞으로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친다면 향후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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