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에게 시장교란 혐의로 부과한 약 480억원의 과징금을 철회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13일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시장조성자 과징금 부과 관련 사항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미래에셋증권,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증권사 9곳에 사전 통보한 483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성자란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매수·매도 호가를 내며 유동성을 공급하는 증권사를 의미한다. 지난 9월 금감원은 시장조성자로 참여한 9개 증권사가 주문을 과도하게 정정·취소하며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거래소가 허용한 종목을 적법하게 시장조성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과징금 통보 이후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14개 증권사 중 13곳이 호가 제출을 중단했다. 유동성 공급이 끊기면서 제도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 내부에서도 금감원이 무리수를 뒀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시장조성자를 공매도 세력으로 지목한 ‘동학개미(개인투자자)’들을 의식해 무리하게 제재를 가했다는 것이다. 해당 사안이 금융위에서 원안대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과징금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감원은 “시장조성 활동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정정·취소 등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국제적 정합성에 위배되지 않게 운용한 점, 시장조성제도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관련 사항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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