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내년 경제정책을 3단계에 걸쳐 계획하고 실행합니다. 우선 이달 정치국(政治局)회의를 통해 경제상황분석을 하고 난 뒤 중앙경제공작회의(中央??工作??)를 개최합니다. 이 회의에서 내년 경제정책의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후 내년 3월 양회의(??)에서 최종적인 비준을 얻고 나서 경제정책을 본격 시행합니다.
따라서 실질적인 중국경제의 향방은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베이징에서 '2021년 중앙경제공작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번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정부는 내년 20대 당대회가 열리는 중요한 해이기에 '경제안정'을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내년 중국경제를 읽는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안정'(?)이 되겠습니다.
2022년 임인년은 중국에 5년에 한번 있는 공산당의 당대회, 중국최대의 정치축제가 열라는 해입니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도 안정이 중요해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축제가 있는 해에 대형사고가 터지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과거 경제공작회의에서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지만, 이번 회의에선 다소 모호한 안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내년 경제상황이 복잡해 쉽게 명시적인 목표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반증일 수도 있습니다. 또 미중 간의 갈등 이후 중국이 스스로 몸 조심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 △수요위축 △공급충격 △성장전망 약화의 '3중고'가 기다리고 있어, 성장둔화가 불가피함을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중국은 GDP 1%당 고용유발계수를 감안해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합니다. 이에 따라 투자, 대출, 재정지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방국가와 다르게 해석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GDP 1%당 고용유발계수는 산업의 고도화와 서비스화에 따라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2000년 초 80만~90만명선이었던 GDP 1%당 고용자수는 2019년 이후 220만~230만명선에 달합니다. 그래서 중국의 목표성장률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 중국경제는 5.5%내외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의 에너지절감목표 달성을 위한 석탄생산 축소와 전력공급 축소로 촉발된 올해 하반기 4%대의 경제성장률은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준입니다.
중국은 작년 통화증발과 부채증가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막아 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우려해 통화긴축과 부채비율 축소에 들어갔습니다.
그 영향으로 헝다그룹 같은 일부 부동산기업의 도산사태가 발생했지만, 중국정부는 아랑곳 않고 금융위기 방지를 위해 통화증가율 축소와 대출규모 축소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변이종의 출현과 내수경기부진으로 경기하강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지준율인하를 비롯한 금융 완화조치와 일부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규제도 일부 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은 과거와 같이 인위적이며 대대적인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지만 20대 당대회가 열리는 해이고, 시진핑의 3기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급속한 경기추락은 용인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5.5%대로 추정되는 중국의 잠재성장률을 감안, 연간 1100만~1300만명의 안정적 고용을 유지할 필요성장률을 추정할 경우 중국은 2022년에 4.8~5.7%대의 성장을 해야 합니다. 중국의 14개 투자은행(IB)들의 내년 GDP 전망치 컨센선스 최소 4.4%에서 5.6%로, 평균 5.3%입니다.
내년 중국경제는 올 하반기의 성장률 급락의 기저효과 때문에 전약후강의 모양새를 띨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반기에는 20대 당대회가 있는 만큼 경기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하반기의 성장률 반등은 기대해도 좋을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경기하강에 대응해 사회기반시설(SOC) 투자를 중심으로 한 재정지출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수부진을 보완하고, 지분인하와 금리인하 그리고 통화량·대출증가율 규제를 풀어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자본시장 역시 대외개방의 지속과 함께 자금조달이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자본의 무분별한 확장은 제한되지만 첨단산업과 신성장산업을 위해서 입니다.
중국은 창업반, 커촹반, 북경반에 기업공개(IPO) 시 등록제를 도입했는데, 내년에는 모든 증시에서 등록제를 도입해 증시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기업의 자금조달의 기회를 확대할 전망입니다.
내년 이후 중국을 읽는 키워드를 고르라면 '2C'를 꼽을 수 있습니다. 즉 공부론(共富?·공동 부유론)과 탄소중립입니다. 지금 미국 GDP의 70%에 달하는 중국 경제규모에서 고성장은 스스로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습니다.
높은 부채와 자원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2035년에 작년 GDP 2배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면, 중국의 부채는 미국을 추월하게 됩니다. 따라서 중국은 직접금융시장의 육성과 에너지절감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중국은 석탄, 철광석, 구리 등 전 세계 원자재의 40~50%를 소비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를 2035년까지 그대로 유지할 경우 석탄, 철광석, 구리소비의 80~90%를 중국이 혼자서 독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경우 중국은 전 세계와 자원전쟁을 벌여야 합니다.
중국은 내년에도 공부론과 탄소중립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올해 경제공작회의 공보(公?)에서 공부론에 저해가 되는 독점기업에 대한 제제를 반독점법을 통해 지속으로 규제할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또 1차 분배를 확대하기 위한 첨단산업육성을 7대 핵심 정책 과제 중의 하나로 선정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정책의 중심에 두는 내년 7대 중점 정책을 보면, 경제안정화 정책이 1순위입니다. 올해에는 기술전쟁에 대비한 국가기술전략이 최우선 순위에 올렸지만, 그동안 강조했던 공급망 확보, 내수확대, 반독점, 탄소중립정책은 내년 공보에서는 모두 빠졌습니다.
이는 올해 중점 정책을 내년에 제외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올해 반독점과 탄소중립정책의 무리한 시행이 국제적인 반발과 중국내 전력대란을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내년에는 한발 물러서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또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는 어느 정도 넘긴 것으로 판단하며, 경기부양을 위한 무리한 내수확대에 따라 만들어진 거품은 피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중국은 내년 재정과 금융정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경기의 급속한 하강을 막는 것이 첫 번째 정책 목표입니다. 이후 △반독점과 불공정행위의 근절 △자본시장 활성화와 부동산시장의 규제를 통해 원활한 경제순환 유도 △미국과의 기술전쟁 가속화 대응 전략(과학기술체제개혁 3개년 계획·기초연구 10년 계획) △개혁개방 확대 △지역간 균형발전 도모 △민생안정 주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대졸자들이 1000만명을 넘어서기 때문에,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최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은 주목할만 합니다.
만약 국내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 SM엔터테인머트 등을 제재한다고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질까요. 반도체, 핸드폰, LCD, 화학, 조선, 기계 같은 산업을 제재한다면 문제가 되지만 플랫폼기업은 아닙니다.
특히 중국은 인터넷시장은 개방되어 있지 않아 제재를 하더라도 1, 2등 기업의 점유율이 그 이하 기업으로 재분배되는 것이지, 외국기업을 통해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올해 들어 중국 증권시장에 외국인 자금은 매달 순유입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12월까지 누계로 3584억 위안(66조4000억원)이 순유입 됐습니다. 2014년 이후 누적으로는 1조5608억 위안(289조원)을 순매수 했습니다.
현재 중국 증시에 외국인은 3조6000억 위안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유통주 시가총액의 4.97%에 달하고 있습니다. 월가는 입으로는 중국위기론을 언급하지만 행동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의 대표적인 증권사 JP모건과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는 100% 지분의 독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중국에 설립했습니다.
미국의 기관들은 중국정부의 플랫폼기업의 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중국의 공부론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4.8%의 고성장을 이끌 것이란 분석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 성장률의 2배를 넘는 신성장 패러다임에 올라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내년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의 공보를 살펴보면 여전히 파이 키우기가 우선이고 파이 나누기는 보조입니다.
중국에 대한 어설픈 위기론 보다는 중국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미국계 IB와 자산운용사의 대중국 전략에 대한 벤치 마크가 필요할 때로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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