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LG화학 주주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최근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한 SK이노베이션 주주도 마찬가지다. 기존 주주들은 철저히 소외당하는 ‘쪼개기 상장’이 한국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이다.
두 업체는 최근 물적분할을 통해 배터리사업부를 떼어냈다. 물적분할의 특징은 기존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한다.
일부 애널리스트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런 점을 비판하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자회사 상장으로 이익을 얻는 주체가 모회사 주주가 아니라 우리사주조합, 신주를 받은 투자자로 한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권리는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회사 다임러 주가는 이달 13일까지 49% 상승했다. 분할을 선언한 지난 2월부터 계산한 수치다. 다임러트럭 주가도 상장 이틀 만에 17.7% 오르면서 주주들은 큰 수익을 챙기게 됐다. 분할했음에도 주가가 오른 것은 기존 주주에게 신설 법인 주식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받았다. 나머지 35%는 모회사인 다임러가 가져갔다.
최 연구원은 “지난 10월 주주총회에서 다임러트럭 분할 안건은 찬성률이 99%를 넘었다”고 말했다. 이중 상장에 따른 ‘더블 디스카운트’가 적용되는 한국과 다르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주주들이 오래 기다려온 자회사 상장이 마침내 결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 자회사를 물적분할해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예컨대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급증하면 모회사인 LG화학이 들고 있는 지분가치가 30~50% 할인율을 감안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회사를 키워온 기존 주주들의 권리가 자회사 상장에서 배제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을 배당하거나, 공모 단계에서 신주인수권을 지급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배경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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