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까지 온 수능 '생명과학Ⅱ 20번'…결론은 "명백한 오류"

입력 2021-12-15 15:48   수정 2021-12-15 15:56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명백한 오류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평가원은 이에 해당 문항을 정답없음 처리를 결정하고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소송까지 불거진 '초유의 수능 출제 오류' 사태가 일단락됐다.
法 "생명과학 원리 무시한 채 답 고르라는 것...명백한 오류"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명과학의 원리상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으므로 명백한 오류가 있다”며 “문제의 정답을 5번으로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생명과학의 원리를 무시한 채 답을 고르라는 것과 다름없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 20번 문항은 주어진 지문을 읽고 두 동물 종 집단 가운데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지 3개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내용이다.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집단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풀 수 없는 문제라며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아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수험생들은 이달 2일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오류가 있어 정답을 찾을 수 없다며 평가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심 선고 전까지 정답의 효력을 정지하도록 집행정지를 결정하고, 입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소송이 접수된 지 13일 만인 이날 선고를 내렸다.

재판부는 "평가원이 의도한 풀이방법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논리성?합리성을 가진 풀이방법을 수립하여 이 사건 문제의해결을 시도했다"며 “평가원의 정답결정을 유지한다면 결과적으로 수험생이 불리하게 평가받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상황서 정답을 고집한다면 평가원의 오류는 정정되지 않는다는 교훈으로 남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평가원은 "법원의 결정에 항소하지 않을 것"이라며 판결에 승복했다. 또한 해당 문제를 전원정답처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사퇴를 표명했다.
"점수 발표 전 실수 인정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질 일 아녔어"


이날 재판에 참석한 수험생 임준하(19) 군은 “어른들이 학생의 인생을 결정짓는 수능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고 바로 잡는 노력을 해주시리라 믿었다”며 “법원의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군은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 수험생과 같이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다"며 "그 체증이 오늘에야 내려간 기분"이라고 덧붙였다.또한 평가원을 향해 “앞으로 실수 없이 문제를 만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수험생 신동욱(19)군도 "(성적처리에 있어서) 평가원이 20번을 맞은 학생, 틀린 학생, 생명과학Ⅱ를 보지 않은 학생들도 납득할 수 있는 구제책을 내놔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지적했던 손경호 이투스 생명과학 강사는 "과학을 공부한 한 사람으로서 이 문항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며 "평가원이 실수를 빨리 수습하고 정답확정 발표 시 오류를 인정했다면 좋았을텐데, 소송이라는 마지막 방법까지 와 모든 수험생들이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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