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러진 2022년도 초등 임용고시 1차 시험 결과가 15일 발표된 가운데, 시험 문제가 특정 교대의 모의고사 문제와 같거나 유사하다는 이유로 성적 발표를 취소해달라는 응시자들의 소송이 제기됐다. 소송의 피고는 임용고시의 합격 처분 권한을 가진 '교육감'이지만 시험을 위탁받아 실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도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능에 이어 임용고시까지...연달아 논란 휩싸인 평가원
서울시교육청 초등 임용고시 응시자 22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이공은 15일 "서울시 교육감을 상대로 초등 임용시험 1차 시험 불합격처분과 성적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집단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고 밝혔다.지난달 13일 시행된 초등 임용시험 1차 시험에서는 7개 문제가 서울 교대의 모의고사 문제와 같거나 소재가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임용시험 실시의 위탁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너무 보편적이고 기본적이라 문제 유출 논란의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고 측은 "22개 문항 중 7∼8개 문항에서 출제 소재가 겹치는 것은 물론 핵심 키워드가 동일하게 등장하거나 답안이 정확히 일치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모의고사와 출제 간 관련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2022학년도 대학수험능력시험에서도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지며 홍역을 치렀다. 이날 법원에서 평가원의 출제오류를 인정하자, 강태중 평가원장은 강태중 평가원장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소송을 맡은 김선휴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임용고시의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임명권자는 각 시도의 교육감이기 때문에 평가원이 이번 소송의 직접적인 피고는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시험 업무를 담당한 평가원도 피고의 보조 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격자도 소송 참여..."1차 시험, 2차까지 영향미쳐"
이번 소송에는 불합격한 응시자뿐만 아니라 합격 통지를 받은 응시자들도 원고로 참여했다. 1차 시험의 성적으로 인해 2차시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때문이다. 응시자들은 이날 발표된 합격·불합격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소송과 함께 2차 시험의 시행계획 공고와 시험 실시 등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기했다. 이날 응시자들은 "초등 임용고시의 문제 유출과 관련한 논란이 일고 있어 검찰에 정확한 수사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법무법인 이공 측은 "법원은 그 동안 판례를 통해 시험출제에 대해 출제 담당위원이 재량권을 가진다 해도 시험의 공정성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에는 재량권의 일탈, 남용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 응시자들도 같은 취지의 소송을 다른 시도교육감을 상대로 차례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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