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적층’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여러 층을 쌓아 올려 만드는 부품이다. 층과 층 사이에 전기적 유도 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체를 붙인 이형필름을 넣은 후 전극을 인쇄하고 증착하기 전 필름을 떼어내는 공정을 반복한다. 이렇게 MLCC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이형필름을 양산할 수 있는 한국 기업은 충북 충주에 있는 코스모신소재가 유일하다. 홍동환 코스모신소재 대표(사진)는 “주문대로 제조만 하던 데서 공동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높아졌다”며 “기술로 세계 시장을 휘어잡겠다”고 밝혔다.
삼성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세계 정상에도 올랐다. 올해 3분기 기준 코스모신소재의 이형필름 세계 시장 점유율은 23%로 1위다. 일본 린텍이 2위, 도레이가 3위다. 정보기술(IT)과 에너지저장장치(ESS), 5세대(5G) 이동통신용으로 MLCC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는 “작년 대비 생산능력(캐파)을 30% 늘린 증설이 지난 10월 끝나 11월 양산에 들어갔다”며 “양이 얼마나 되든, 먼지 하나 없고 균일하게 무결점 코팅하는 게 코스모신소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이형필름의 가로 길이는 280㎝지만 세로는 1만m에 달할 정도로 길다.
내년에는 전기차용 2차전지 소재 사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 회사는 2차전지 3대 소재 중 하나로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도 만든다. 전기차용 2차전지 국내 양대산맥인 두 대기업과 모두 거래한다. 기존엔 스마트폰 양극재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은 자동차산업이 핵심 전방시장이다. 충주 공장에서 현재 연 2만t인 생산능력을 내년에 3만t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렇게 MLCC가 끌고 전기차가 밀면서 2022년 매출은 4000억원을 훌쩍 넘어 5000억원 선까지 가능할 것으로 키움증권 등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홍 대표는 옛 LG금속 출신으로 7년 전 코스모신소재 대표로 발탁됐다. 이형필름과 양극재를 회사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운 공로를 인정받아 내년 초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올라설 예정이다. 홍 대표는 “중견기업은 기술밖에 믿을 게 없다”며 “이형필름과 양극재 기술력을 초일류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