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보건소 직원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처럼 의료현장 실태를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중환자 병상 부족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숨지는 환자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한 뒤 이달 11일까지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은 총 46명이다. 이들은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격리병상이 나기를 기다리다가 집, 요양원, 앰뷸런스 등에서 사망했다. 이 같은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11월 첫째주(10월 31일~11월 6일) 1명이었던 사망자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주(12월 5~11일)엔 17명에 달했다.
병원 문턱을 겨우 밟았더라도 중환자 병상까지 가지 못하고 응급실에서 사망하는 사례까지 더하면 사망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중환자실과 음압병동이 가득 찬 탓에 대학병원급 응급실마다 확진자 3~4명이 2~3일씩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응급실에서 계속 처치하고 치료하다가 사망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산모는 산전 진찰을 포기한다는 서명을 해야 병상으로 옮겨준다든가 급성 녹내장 환자들은 안과 진료를 포기해야 입원할 수 있는 등 다른 질환의 치료를 동시에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고령층이 많은 요양원에선 코로나19에 걸린 후 중증으로 악화돼도 대기하다 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양주시의 한 요양원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뒤 7명이 병상 배정을 기다리다 숨졌다.
중환자 병상이 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14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1298개 중 1056개(81.4%)가 차 있다. 확진자가 몰리는 수도권 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서울 89.2% △인천 87% △경기 83.5% 등 전국 평균을 웃돈다. 남은 병상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인력, 장비 등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포화 상태다.
비(非)코로나 환자의 진료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날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위중증 환자가 1000명 이상 나오면 일반 진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미 위중증 환자가 900명대인 상황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5일 전공의 65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91.4%는 ‘일반 환자의 진료에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협은 “항암 치료를 위한 입원 등이 지연되고,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발열이 있으면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제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선아/하수정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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