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가 “결국 많이 걷고 적게 줘야 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했듯, 연금 개혁은 수급자가 지금보다 양보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표를 잃기 십상인 연금 수술은 인기 없는 이슈다. 그러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연금을 손보는 것은 한시가 급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은 2039년 연간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엔 기금이 완전 소진된다. 지금 20~30대가 노년에 연금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금이 고갈돼 세금으로 메꿔준 지 오래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공무원연금은 61조원, 군인연금은 33조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모두 국민이 떠안아야 할 큰 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이 10만 명 넘게 급증했고, 가파른 고령화를 감안하면 미래세대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역대 정부는 미흡하나마 연금을 손질했지만 이 정부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국민연금 개혁안의 시나리오를 던져 놓고 결정은 국회로 떠넘겼다.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아예 개편작업을 멈춰버렸다. 무책임의 극치다. 그래놓고 느닷없이 보험료율 등을 논의할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를 원래 예정된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인 내년 여름에서 내년 초로 앞당겨 가동하겠다고 한다. 임기 몇 달 남겨놓고 ‘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연금 개혁 의지와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말로만 그쳐선 안 된다. 진정 청년을 위한다면 눈앞의 사탕발림 같은 퍼주기 공약만 앞세울 게 아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 초고속 고령화, 소득 수준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연금 제도를 쇄신하는 개편안을 놓고 경쟁해야 마땅하다. 당장의 비판을 피하려고 현 정부와 같은 무책임한 일을 되풀이한다면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범죄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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