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노동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여당·노동계와 야당·경제계가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노동계 손을 들어준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미 관련 법 개정을 약속한 바 있어 국회 통과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후보는 공무원이 근무시간에 노조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제도)’에도 찬성 의견을 냈다.
김병민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에 대해 국민의힘 내에서 다소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찬성 의견을 분명히 하면서 이것이 잘 진행되기 위해 노사 간 동반자 의식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윤 후보가 공무원 및 교원에 대한 타임오프제를 지원할 때가 됐다는 데도 찬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원칙에는 찬성, 구체적 논의는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윤 후보가 노동계를 향해 ‘러브콜’을 보냈다는 해석이다. 공교롭게 윤 후보는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가릴 거 없이 노동자 편일 수밖에 없다”며 “표가 그쪽에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과거 경제민주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당선 후 사실상 철회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집권 후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당은 관련 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달 “현실적으로 야당이 반대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라도 신속하게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민주당은 ‘이재명표 법안’으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대선 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야 후보 모두 노동계 표를 의식하는 상황에서 부작용 등에 대한 치밀한 심의 과정 없이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는 관련 제도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논의는 공공기관에 한정돼 있지만, 민간기업 전반으로 확산될 명분을 제공할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여당은 실제 이런 시각으로 법안을 바라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후 민간기업으로 확산한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민주당의 법안 추진에 국민의힘은 반대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법안이 빠른 속도로 처리됐다. 이번에도 윤 후보가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야당 후보까지 찬성하면서 호소할 곳이 없어졌다”며 “기업들에 불안정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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