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몇몇 대형은행은 금감원에 합계수익률 공시를 폐지하고, 원리금 보장형과 비보장형 수익률 공시만 남겨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정은보 금감원장과 주요 은행장의 상견례 자리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통합연금 포털’을 통해 퇴직연금의 사업자별 수익률을 △원리금 보장형 △비보장형 △합계 등 세 가지 형태로 제공한다. 소비자는 각 증권사, 보험사,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이 얼마인지, 단기 수익률(1년)과 장기 수익률(3~10년)이 어떤지 확인해 개인이 운용을 책임지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합계수익률로 금융사의 운용 성적을 판단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한 소비자가 몰리는 증권사가 퇴직연금을 더 잘 굴린다는 인상을 준다는 의미다.
지난 3분기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가입자 중 87%는 원리금 보장형을 택했다. 퇴직연금을 은행 및 저축은행 예금, 파생결합사채(ELB) 등에 투자해 원금을 지킨 대신 수익률이 낮았다. 증권사는 원리금 보장형을 찾은 비중이 72%로 은행보다 낮았다. 주식과 채권을 담는 원리금 비보장형을 택하는 소비자 비중이 은행보다 컸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은행의 합계수익률은 떨어진다. 예컨대 올 상반기 IRP 1년 합계수익률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10.77%에 달했다. 국민은행(5.01%) 신한은행(5.10%) 하나은행(5.25%)의 두 배가 넘는다. 그러나 원리금 비보장형의 1년 수익률을 보면 국민은행이 21.45%에 달했다. 3분기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원리금 보장형 가입자 비중은 69%, 국민은행은 83%였다. 투자자 구성 차이가 통계 왜곡을 부른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IRP 1년 수익률 1위’와 같은 식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다 보니 은행이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김대훈/정소람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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