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고금리 상품을 편입하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규제 탓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현행법상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팔 때 자사 상품을 편입할 수 없다. 자사 상품 금리를 시장금리보다 크게 높여 고객을 유치하려는 출혈 경쟁을 막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이 같은 안이 시행됐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100% 다른 금융사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이마저 수익률이 높은 타사 상품을 많이 넣기도 쉽지 않다. 포트폴리오 구성부터 ‘30% 한도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금융사는 자사의 직전연도 말 퇴직연금 적립금의 30% 이내에서만 특정 상품을 다른 금융사에 팔 수 있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특정 회사가 금리가 좋은 상품을 내놔도 30% 상한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 배분되는 물량이 제한돼 있다”며 “결국 금리가 좋은 상품 비중은 줄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낮은 상품으로 구성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차별화는 요원해졌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각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비슷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율보증형보험(GIC),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등을 편입하면 조달 비용이 커져 수익률을 더 높이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열거된 항목만 상품에 편입할 수 있는 탓에 타사와 다른 상품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은 고객을 새로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원리금 보장형 상품 측면에서는 경쟁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고객의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며 “디폴트옵션 도입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구성에 대한 규제를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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