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이전 박근혜 정부의 4배를 기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15일 '새정부 주택정책 기조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과거 정부의 주택정책 시사점을 진단하고 차기 정부의 바람직한 주택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 '역대정부의 주택정책 평가 및 시사점' 주제 발표를 맡은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를 재연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양도소득세 중과,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인상, 종부세 세율 인상 등의 규제 일변도 정책을 폈다"며 "그 결과 거래가 위축돼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는데, 집값 상승 원인마저 다주택자에게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기준으로 서울시 아파트 가격 누적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10월까지 93.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누적상승률 23.5%의 4배에 달한다.
서울 주택가격 상승 문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수급불균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서울, 특히 강남 같은 고용중심지에 인접한 주거지에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이 '뉴타운 출구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한 보존 중심의 도시재생에서 탈피하기 위한 출구전략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간 정비사업을 억제하고 도시재생사업에 몰두해 입주물량이 감소했다"며 "가구 분화로 인해 증가하는 가구 수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주택 재고가 필요하다. 결국 해답은 정비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정비사업이 억제되면서 26만 가구에 달하는 공급물량이 사라졌고, 수요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며 통근비용 낭비가 연간 1조원에 달할 정도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임대주택 공급 의무로 단일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재건축은 건물이 안전하지 않아서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안전진단 폐지도 요구했다.
후속 발표자로 나선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통계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을 사야 한다는 주택보유의식이 84.1%에 달함에도 자가보유율은 61.2%에 그친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주택 유형과 공급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대한 선호도는 증가하고 다가구·다세대 주택과 오피스텔에 대한 선호도는 감소하는 추세다.
김 실장은 "향후 이사하고 싶은 주택 유형으로 아파트(67.3%)와 단독주택(7.5%)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현재 아파트와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은 각각 52.6%, 2.6%로 차이가 크다"면서 "단순히 주택보급률을 따질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가장 큰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48.3%)로 나타났고 향후 5년 이내 이사하고 싶은 이유도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이사하려고'(53.6%)로 집계됐다"며 "새 정부는 국가도시주거전략위원회를 설치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를 수립하고 공급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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