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빈사 상태에 내몰린 상황에서 중기·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하는 법 개정이 정치권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의석수를 보유한 공룡 여당이 주도해 이들이 느끼는 불안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한 자영업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시 직원 1인당 연간 최대 6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그래도 벼랑 끝인데 폐업하는 영세 사업체가 줄을 이을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정책이 45일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또다시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행정명령을 받게 된 상황도 중기·소상공인의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급기야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등 관련 단체가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정부에 대한) 더 이상의 협조는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무리한 법 개정으로 인해 고용 위축이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1만7000명으로 1년 만에 4만2000명 증가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2019년 2월부터 34개월 연속 늘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중기·소상공인이 고용을 줄이는 요인이 되지 않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금융지원, 지역화폐 등 총 100조원 규모의 코로나 재정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을 앞두고 중기·소상공인을 의식한 표퓰리즘 예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와중에 노동계의 입김에 밀려 중기·소상공인을 벼랑 아래로 떠미는 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이 아이러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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