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은 큰 변화를 거쳤다. 2차전지,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연이어 시가총액 상위권에 진입했다. 주요 성장업종을 포괄하는 고른 포트폴리오가 갖춰졌다. 구성 종목이 다양해지면서 전체 지수의 흐름도 더 견조했다.
작년 12월 말 코스닥 시총 1~5위는 모두 바이오주였다. 1·2위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3~5위는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였다. 코로나19로 진단키트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바이오 비중은 한때 40%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전에도 바이오주 비중은 30%에 달했다.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 엔터주가 시총 10위권에 있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바이오 일색이었다. 2018년 12월 말에도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6개가 바이오주였다.
올해는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가 침체됐지만 지수는 1000포인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2800선까지 급락할 때도 코스닥지수는 970대에서 버텨냈다. 대주주 세금 문제로 매년 12월 약세를 보인 과거 흐름과도 다르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라는 세계적 2차전지 소재업체를 탄생시켰다. 두 종목은 올해 주가가 3배 올랐다.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 산업의 확산은 게임주들이 질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블록체인·메타버스·NFT 테마를 결합한 위메이드는 올해 주가가 10배 이상 급등하며 시총 6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콘텐츠 제작사도 대거 약진했다. 위지윅스튜디오 NEW 에이스토리 등 소형 제작사 주가가 급등하며 중형주 반열에 올랐다. 기존 대장주였던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시총 10위권을 떠받치고 있다. 이 밖에 리노공업, 솔브레인, 원익IPS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시총 20위권을 형성하며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코스닥이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코스닥 유망 기업들은 몸집이 조금만 커지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 핵심 종목인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엔씨소프트는 모두 코스닥 출신이다. 최근 SK㈜와 합병한 코스닥 시총 8위 SK머티리얼즈는 코스닥에서 곧 상장폐지된다. 이들 기업이 남아 있었으면 코스닥지수가 2000을 돌파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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