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비스 포장지'가 기업 성공을 이끈다

입력 2021-12-16 17:41   수정 2021-12-17 00:15

사람들이 병원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의사들의 실력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 환자들이 좋은 병원으로 꼽은 곳은 병을 잘 고친 곳이 아니었다. 의사나 직원과의 원활한 상호 작용, 친절하고 예의 바른 간호사들, 쾌적한 주변 환경 등을 갖춘 곳이 좋은 병원 리스트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햄버거 가게를 고를 때도 새로운 레시피를 적용한 신제품보다 따뜻하게 인사하는 종업원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꼭 콘텐츠와 기술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이 서비스 디자인 행동이다》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과 만나는 접점을 어떻게 구성하고 개선할지를 다룬 책이다. 미국의 유명 서비스 혁신 컨설팅 기업 창업자들이 다양한 현장의 경험을 반영해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을 알기 쉽게 소개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경영대 교수들이 번역을 맡았다.

대다수 기업이 만든 제품, 시행 중인 서비스는 다양한 형태의 ‘포장’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된다. 많은 경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평가는 내용물이 아니라 ‘포장’에서 결정된다. 만약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직원이 제품에 무관심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거나, 답답하기 그지없는 관료주의적 행태를 반복한다면 서비스 만족도는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제품과 서비스가 좋더라도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기업들은 ‘소포’의 내용물, 즉 콘텐츠와 기술에 집중했지만 결국 서비스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얘기다. 즉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제공하는 게 서비스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혁신의 초점은 결국 서비스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서비스 디자인’이다. 디자인 싱킹, 경험 디자인, 사용자 경험(UX), 고객 경험(CX)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지만 ‘서비스를 혁신하고, 더 유용하고 효율화하도록 도와주는 행위’라는 ‘서비스 디자인’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서비스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강조한다.

핵심을 깔끔하게 요약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을 학습할 수 있는 유용한 교과서가 기업인과 경영학도의 서가에 추가됐다는 데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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