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A씨는 지난 16일 전해진 미국 중앙은행(Fed) 소식으로 매크로 이슈가 마무리된 느낌이라고 했다. Fed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속도를 두 배로 높여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시점을 당초 내년 6월에서 3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 금리를 세 번 이상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 한 관계자는 Fed의 이번 조치를 ‘욕조(시장) 속 물(유동성) 줄이기’에 비유했다. 테이퍼링 속도 높이기는 물이 흘러나오는 수도꼭지를 더 빨리 잠그는 것이고, 금리 인상은 욕조 바닥의 물마개를 열어 물을 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가지 조치로 욕조(시장)의 물(유동성)이 줄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것이란 얘기다. 시장에선 고용 회복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던 Fed가 인플레 파이팅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A씨는 “Fed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조치는 그런 시장의 우려를 자극할 정도가 아니었다”며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매 같지 않은 매’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배럴당 90달러를 뚫을 것처럼 무섭게 치솟던 유가가 70달러 수준에서 안정을 찾는 모습이고 천연가스 가격도 많이 빠졌다”며 “중국 헝다 이슈도 블랙스완급은 아니라서 투자자로선 매크로 이슈와 관련해 걱정거리가 없다”고 진단했다. 상황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장이 폭락할 걱정은 없는 정도의 편안한 느낌은 가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희망적인’ 시그널도 보인다고 했다. 목재(lumber) 선물 가격에서다. 목재 가격은 경기 전망을 잘 반영하기로 유명하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해도 공급이 바로 늘어나기 어려워 가격 변동폭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에 풍부한 유동성이 몰리면서 올 5월엔 목재 선물 가격이 1000보드피트(넓이 1제곱피트에 두께 1인치 목재 단위)당 167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11월 초 500달러에서 그야말로 가파르게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고점을 찍은 뒤엔 3개월 동안 급전직하로 폭락해 8월엔 400달러대까지 빠졌다. 이후 다시 반등해 최근엔 1100달러로 올라왔다.
A씨는 “투기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극심했지만 지금은 내년 주택경기와 적정한 인플레를 반영하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현 수준의 목재 선물 가격은 적정한 인플레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목재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상품이 투기 대상이었고 그래서 당시엔 ‘질이 안 좋은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지금은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상품 가격에서 투기 수요가 빠지고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적 장세가 시작되는 시그널이 목재 가격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에서 어느 정도 변동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실적 장세가 시작되면서 겪는 노이즈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이제는 매크로 걱정이 아니라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본질을 챙겨야 할 때라고 했다. 외부 요인 때문에 ‘내 주식’이 망할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보유 종목의 4분기 실적과 내년 전망에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다.
매크로 이슈로 겁 먹을 필요가 없으니, 배당주에 관심 있으면 배당주를 살펴보고, 금리가 안정세라고 판단하면 성장주를 눈여겨보고, 산업재가 좀 더 올라올 것 같으면 담아 보면서 본인의 투자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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