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뱅크는 중남미 핀테크 붐의 상징으로 꼽힌다. 누뱅크는 브라질뿐만 아니라 콜롬비아와 멕시코에도 진출해 있다. 중남미 전역에 수백 개의 핀테크 업체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 중이다. 이들 기업이 전통 은행들보다 더욱 가치 있는 회사로 거듭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브라질의 핀테크 혁신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다. 하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다. 기업가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브라질 규제당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던 금융산업에 경쟁의 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는 2012년만 해도 면허가 있는 금융회사만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발급할 수 있었다. 은행들은 과점을 통해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경쟁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새로운 금융사 설립을 위한 법안을 마련했다. 브라질 의회는 2013년 이를 통과시켰다. 브라질 중앙은행 관계자는 “당시 은행들은 시장을 계속 지배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그것은 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건이었다.
콜롬비아 태생의 다비드 벨레스 누뱅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법이 만들어준 공간에 발을 들여놨다. 2014년 그들은 온라인에 기반한 신용카드 회사 누뱅크를 출범시켰다.
중앙은행 규제 완화가 뒷받침"
벨레스는 온라인 앱을 통해 고객들에게 무료로 카드를 발급했다. 신용 기록이 없어도 문제가 안 됐다. 카드 한도는 소액부터 시작하지만 빚을 갚는 기록이 쌓이면서 그 한도는 점점 커진다. 신용 기록을 쌓으면 카드 소유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줬다. 누뱅크는 카드 디자인도 차별화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또 카드 이용자들이 계좌를 휴대폰에서도 손쉽게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누뱅크는 벤처 투자자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컨설팅 회사들을 인수했고, 작년에는 디지털 생명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한 회사와 협력하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적자를 보던 누뱅크는 올 상반기 흑자 전환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 시장의 높은 기대치를 맞춰나갈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누뱅크의 운명을 떠나 주목해야 할 점은 경쟁을 가능하게 한 개혁이다.
브라질 신용카드 수수료는 낮아졌다. 신용카드 거래 중개 비용도 줄었다. 더 많은 개혁이 뒤따랐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브라질 핀테크 업체들은 직접 대출도 할 수 있게 됐다. 창업가들의 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역경을 딛고 시장을 개방한 브라질 중앙은행 관료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들은 브라질 금융 민주화의 영웅이다. 누군가는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그들은 또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How Fintech Became a Hit in Brazil’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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