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하겠다"…문재인 정부와 연일 차별화

입력 2021-12-19 17:26   수정 2021-12-20 08:5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에 더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까지 겹치면서 국민의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내년도 재산세와 건보료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며 구체적인 세 부담 완화 방안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해온 현 정부 기조와는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당정 갈등과 당내 논란이 예상된다.
“공시가 정책 조정 필요”
이 후보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국민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공시가격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취득세는 물론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을 물리는 기준이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서도 “당정은 신속한 협의를 통해 재산세 등 국민 부담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고,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 개편에 나서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그는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은 재산세와 건보료 부담 증가, 복지 수급 탈락 등으로 이어진다”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자 세 부담 완화를 내세우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실망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08% 급등했다.

이 후보는 이날 민주당 서울시의원단과의 비대면 간담회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해 “보다 큰 실질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후보는 서울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는 데 대해 고심이 많았다”며 “‘한시적 양도세 완화 등 집값 문제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 “재산세 사실상 동결 추진”
당정은 20일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구체적인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목표는 전년(올해) 수준으로 내년도 재산세와 건보료 부담을 맞추는 것”이라며 “실소유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조정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구체적으로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되는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로 돼 있는데 이를 낮추면 과표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이 후보는 전년 대비 납부액의 최대 30%로 정해져 있는 재산세 인상 상한을 내리자고도 주장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복지수급 자격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등 제도에도 공정시장가액비율에 해당하는 ‘조정계수’를 도입하자고도 했다. 민주당은 내년도 재산세를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 등까지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오락가락 메시지에 국민 혼란”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이견을 보인 적 있는 이 후보가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두고서도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청와대와 정부는 이 후보의 주장에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정책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라 이번주 예정돼 있는 정책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돌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땜질식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 윤희숙 전 의원은 “이 후보는 우리나라의 재산세, 종부세가 너무 낮다며 국토보유세를 걷어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주장을 해왔던 분”이라며 “선거용 한 해 대책만 말하면서 청와대와 각 세우는 척하는 게 바로 ‘국민 상대로 밑장빼기’”라고 비꼬았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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