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급차 출산, 응급실 바닥서 투석…누가 이런 나라 만들었나

입력 2021-12-20 17:22   수정 2021-12-21 06:49

뒷북에다 주먹구구식 코로나 방역대책으로 국민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로나에 확진된 만삭의 임신부가 병상을 못 구해 119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아찔한 일이 일어났다. 구급차가 길 위를 떠도는 동안 병원 16곳에 연락했으나 병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고 결국 구급대원 도움으로 분만한 것이다. 신장 질환자가 응급실 바닥에서 투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면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작된 11월 초보다 검사받으려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검사소는 거의 그대로여서다. 지난 주말엔 문진표 작성 시스템이 먹통이 돼 시민들은 강추위 속에 몇 시간을 벌벌 떨어야 했다. 당국이 백신패스 예외 확인서 발급을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는 바람에 불이익을 받는 기저질환자들도 상당하다. 방역에 희생과 협조를 아끼지 않은 국민이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지난달 1일 철저한 준비와 대책 없이 위드 코로나를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코로나 확산의 핵심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감염자 한 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확진자수)가 오름세였고, 돌파감염도 크게 늘던 차였다. 그런데도 성인 접종 완료율 80%만 믿고 일상회복을 시작했다가 속수무책인 사태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대응 적기를 놓쳤다. 대선 일정을 고려한 ‘정치 방역’이 재앙을 키운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매번 방역단계마다 실기(失機)한 대가는 크다. 의료현장은 붕괴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국립대병원 코로나 중증환자 집중, 공공의료 인력 투입 등 대책을 내놨지만, 확진자 급증세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 확진자에 밀려 다른 환자들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또 어떡할 건가. 진작부터 전문가 의견에 따랐으면 위기는 훨씬 덜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코로나 대응 원칙은 정치가 아니라 철저히 과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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