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우선 1주택 고령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를 검토하기로 했다. 당장 소득이 없는 1주택 은퇴자의 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대상자는 6만 가구 정도로 추산됐다.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 개념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로, 5%포인트만 낮춰도 내년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종부세의 경우 이 비율이 올해 95%에서 내년 100%로 상향되는데, 상향 자체를 유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내년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1주택자에 한해 세 부담 상한율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민주당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자체를 뒤집는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의장은 “작년에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건들지 않고, 세 부담 상한 등을 일시적으로 조정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라며 “전체 틀을 바꾸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21일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고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조정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이 후보가 부동산 정책 재검토를 꺼내는 이유가 서울 지지율에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서울 지지율이 낮은 것은 집값, 즉 부동산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양도세 중과 유예 문제에 대해 ‘원칙 훼손’이라면서도 재산세와 종부세 일부 완화에는 보조를 맞추며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정이 함께 발표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조율된 상태에서 하는 것”이라며 “공시지가가 더 일찍 나올 수도 있었는데 늦어진 것도 다 이런 것(정책 조정)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시가격이 국민의 급격한 부담 증가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와 중산층 등의 부담이 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방안을 세심하게 강구하겠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역시 “당의 요청을 받았으니 모든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정부 일각에선 3월 초 대선 이전에 관련 제도 개편을 마무리짓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우선 내년 공시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세를 개편하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내놓은 부동산 정책 선회가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오히려 해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보궐선거 때도 양도세 완화 얘기가 나왔다가 선거 끝나니 들어간 전례가 있다”며 “지지율에 따라 말이 뒤집히는 형국이라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은이/노경목/전범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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