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지난 1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투자 전략을 묻자 “올 들어 해외 벤처캐피털(VC) 등 해외자본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눈에 띄게 활발해지면서 국내 전통적인 VC들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LB인베는 2012년 하이브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일찌감치 투자해 20배가 넘는 ‘잭팟’을 터뜨린 경험이 있다. 박 대표는 “이제는 국내 1등을 넘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꾸준히 베팅해야 소위 ‘대박’ 성공 사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부연했다.
LB인베는 올해 글로벌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대폭 강화했다. 올해 총 33건의 투자 건에 대해 17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면서 대부분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 베팅했다. 전통적으로 국내 산업 중 경쟁력이 강한 분야로 꼽히는 반도체 등 제조업, K팝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술 기업 등이 주를 이뤘다. 반도체 회사인 세미파이브, 스튜디오 업체인 덱스터, 웹툰사인 와이랩,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 미르, 사운드솔루션을 만드는 가우디오디오랩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했다면,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간의 옥석가리기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LB인베는 옥석가리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신규 기업을 새롭게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투자기업에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소위 ‘믿고 더블로 가’ 전략으로, 초기에 투자한 기업이 성장성이 보이면 더 큰 규모로 과감하게 추가 투자(팔로온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에이블리, 뮤직카우 등이 사례다. 박 대표는 “지난해만 해도 팔로온 투자 비중이 40% 정도였다면 올해는 60%까지 늘렸다”고 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투자 영역도 넓혔다. ESG 투자 기조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벤처투자 영역에서도 조만간 보편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두브레인, 리카본, 지필로스 등 헬스케어, 저탄소 배출 분야에 주로 투자했다. 박 대표는 “아직은 초기 단계로,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환경 등 분야 투자를 시작했다”면서 “다만 신생 기업의 경우 초기 성장도 중요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B인베는 올 들어 120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지난 5년간 회수한 금액이 2600억원임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절반 가까이 회수한 것이다. LB인베는 이런 기세를 몰아 2023년까지 총 1조원을 회수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수익률 효자’ 기업으로는 마인즈랩, 버즈비, 플라즈맵 등이 꼽힌다.
내년엔 세컨더리 펀드 투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선택과 집중’ 투자 기조를 이어가면서 될성부른 기업에 대한 투자 지분을 계속 늘린다는 판단이다. 1254억원 규모로 조성한 1호 세컨더리 펀드는 70%가 소진된 상태다. 투자 기업으로는 크래프톤, 바로고, 무신사 등이 있다. 내년에는 최소 20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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