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 있었네"…설강화, 왜곡 논란에도 입 꾹 닫은 이유

입력 2021-12-21 11:28   수정 2021-12-21 11:36


민주화운동 왜곡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가 디즈니 플러스 인기 콘텐츠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21일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JTBC 새 주말드라마 '설강화'는 공개 하루 만에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인기를 얻고 있는 블랙핑크 지수의 첫 드라마 주연작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설강화'는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 론칭 후 처음으로 제공하는 한국 드라마 콘텐츠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5개국에 공개됐다.

글로벌 인기에도 '설강화'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는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사를 왜곡 우려를 받는 드라마가 세계 시장에 유통된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통해 꽃을 피운 K-콘텐츠'가 왜곡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설강화'는 올해 3월 원제 '이대기숙사'의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면서 남자주인공이 운동권인 척 하는 간첩으로 설정된 점, 또 다른 남자주인공이 안기부 팀장이지만 '정의롭고 대쪽같은 인물'이라 소개된 점을 문제 삼으며 역사왜곡 우려가 불거졌다. 안기부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할 때 주로 사용했던 죄명이 '간첩'이었기 때문.

또한 여주인공의 이름이 영초라는 점도 '영초언니'로 유명한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의 이름을 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JTBC 측은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현재의 논란은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의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여자주인공의 이름을 '영초'에서 '영로'로 수정했다.

연출자인 조현탁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방영 전부터 불거진 우려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창작자들이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만든다"며 "그 부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방송 전부터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강화'는 1987년을 배경으로 하지만 군부정권이라는 것 외에 모두 가상의 인물, 가상의 배경"이라며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기 위한 설정이고, 그 안에서 저희들만의 리얼리티와 이야기를 소신껏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회 방송부터 남자주인공 수호(정해인)가 여당 측 대표 브레인인 교수에게 접근하며 간첩 행위를 하고, 수호가 간첩인 줄도 모르고 시위하다 쫓기는 줄 알고 영로(지수)가 도와주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싹트는 것으로 그려졌다

또한 수호가 안기부 직원들에게 쫓길 때 나오는 배경 음악이 민주화 동시 학생들이 사용하던 안치환의 '솔아 푸르른 솔아'가 사용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설강화' 방영 금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답변 기준 인원인 20만 명을 넘겼다.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오는 22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통해 접수한다고 밝혔고,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시발점이 된 박종철 열사 측 역시 "'설강화'에서 민주화 운동을 간첩과 엮는 건 간첩조작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광고주와 협찬, 제작지원을 한 업체들도 "민주화 운동 왜곡과 안기부 미화에 대해 몰랐다"면서 줄줄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원 철회 의사를 밝혔지만 JTBC와 디즈니 플러스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포털의 시청자톡은 물론 공식 홍보 영상 댓글까지 막으며 '불통'을 선언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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