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진통의 시간 불가피…코스피, 하반기엔 3600 갈 것"

입력 2021-12-21 17:27   수정 2021-12-22 03:44

“유동성 장세가 끝나는 내년엔 기업 실적을 기반으로 종목을 잘 선별해야 한다. 성장 둔화 국면에선 전기차와 같은 성장주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다.”(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글로벌 긴축 위험 등이 가시화되며 내년 1분기가 가장 진통의 시간이 될 것이다. 다만 하반기에 다시 증시가 상승하며 코스피지수는 3600선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박정림 KB증권 사장)

21일 열린 ‘2022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는 내년도 투자전략을 주제로 한 토론도 열렸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 사회를 보고, 최 회장과 박 사장이 토론했다. 이들은 내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조정을 받겠지만 그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장주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난기류 탈 글로벌 증시
두 사람은 올해 증시환경이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공급으로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대두되기 시작한 인플레이션 및 Fed의 긴축 우려 때문에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증시가 난기류를 탔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 사장은 “인플레이션과 오미크론 확산에 대한 우려, 유동성 회수를 감안할 때 1분기가 증시에 가장 진통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기업공개(IPO)와 관련된 상품이나 암호화폐 등 유동성 확대의 혜택을 받은 자산은 충분히 조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조정의 폭이 깊진 않을 것이라는 데엔 의견을 같이했다. 최 회장은 “올해 기업이익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고 하는데 내년에도 7~9% 정도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며 “경기 방향성 자체는 둔화된다는 점에서 시장 평균을 의미하는 주가지수보다는 견조한 기업이익을 감안해 개별 기업과 업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 사장은 코스피지수가 내년 최고치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부양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미국을 필두로 기업 이익 증가세가 어마어마하다”며 “코스피지수는 내년 상반기 2750선으로 바닥을 한 번 찍고 하반기에 3600선까지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성장주와 ETF
두 사람은 내년엔 제대로 된 성장주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희소해지는 시기인 만큼 성장주가 주목받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올해 대비 경기와 물가가 둔화되는 내년엔 성장주나 기술주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닌 한국의 배터리 소재·부품 업종이나 메타버스 분야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사장도 “상반기에는 전체적으로 기업이익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 바이오, 친환경 등 중소형 성장주가 상대적 강세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바이오업종은 그동안 조정을 받아 매력이 커진 만큼 중장기 비중을 확대할 업종이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어려운 시장 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ETF도 추천했다. 최 회장은 “ETF는 전문가들이 좋은 종목을 여러 개 묶어 알아서 운용해준다”며 “개별종목을 잘 모르는 사람도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도 “바이오, 친환경과 관련된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를 차곡차곡 모아간다면 어려움 없이 좋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해외투자 확대하고 꾸준히 투자해라
자산배분 관점에서는 해외 투자를 확대하라고 권했다. 박 사장은 “자산뿐 아니라 시장에 대한 분산투자도 필요하다”며 “미국의 빅테크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미래 성장성이 뛰어난 기업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여전히 투자자산에서 국내 자산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이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게 해외투자”라고 말했다.

내년에도 눈여겨봐야 할 리스크로는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 미·중 갈등 등을 꼽았다. 박 사장은 “코로나 변이가 계속 나오며 경기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 같고, 내년에 예정된 긴축 역시 그 속도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에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져 있어 소비여력 축소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내년 한국에선 대통령이 바뀌고 미국은 중간선거를 치른다는 점에서 정책적인 변화가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대만 해협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불거질지 여부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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