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델 만난 이재명 "대입 추첨제에 공감한다"

입력 2021-12-21 17:55   수정 2021-12-22 03:48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대학 입학 추첨제가 더 공정할 수 있다’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을 언급하며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할당제 폐지에 대해선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샌델 교수와 ‘공정’을 주제로 한 화상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샌델 교수는 《공정하다는 착각》 《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철학자다. 대담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요청으로 성사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의혹으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린 상황에서 청년 세대의 관심이 많은 공정 이슈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샌델 교수는 대담에서 “기득권층에 진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노력에 대한 결과물이라 믿는데, 결국 이런 승자들의 자만심이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명문대) 입학생 중 다수가 상류층 자녀라는 점을 거론하며 “능력주의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현상”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확한 지적”이라며 “한국 청년세대들이 능력주의에 상당히 많이 몰입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학생의 학력 수준은 부모의 경제력 수준과 대부분 일치하고, 능력주의가 극단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학력주의”라고도 했다. 이어 “교수님께서 쓰신 책 내용 중에 (대입) 추첨제가 더 공정하지 않을까라는 지적이 있는데, 저도 그 점에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집 출신, 비수도권 출신 등 각기 상황이 다른데 대학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시험을 볼 때 과연 동등하게 기회를 누렸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이 후보는 “실질적으로 평등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발점을 조금씩 바꿔주자는 것인데, 할당제를 폐지하자는 얘기들이 상당히 많다”며 일각에서 나오는 각종 할당제 폐지 주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여성할당제에 대해 “남성들의 불만이 많은데, 인식이 바뀌어 나간다면 굳이 할당제를 안 써도 된다”고 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선대위 소속인 윤희숙 전 의원은 “이 후보는 바로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스스로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에 빠진 인물”이라고 논평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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